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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1번째 편지 - 월요편지 500회를 다시 읽어 보다 [2부]

 

지난주에 이어 500번의 월요편지 중 검찰을 퇴임하고 쓴 월요편지를 다시 읽어 보겠습니다. 대학을 졸업하고 취직한 첫 직장인 검찰에서 28년을 보내고 떠나야 했던 저로서는 그 이별의 과정이 쉽지 않았습니다. 그 이별이 쉽지 않은 만큼 홀로서기 역시 더디고 힘들었습니다.

그 무렵 월요편지는 그 궤적을 고스란히 보여주고 있었습니다. 100번째 편지부터 109번째까지 편지까지 10번의 편지가 모두 그 내용을 담고 있습니다. [100. 퇴직으로 얻은 자유와 잃은 안정 사이에서], [101. 무엇을 기억하고 무엇을 잊고 지내시나요.], [102. 슈퍼 갑이 을이 되면서 깨달은 것들], [103. 여러분의 상식은 안전하신가요?], [104. 여러분은 착륙을 준비하시나요? 이륙을 꿈꾸시나요?], [105. 여러분은 어떤 대륙을 여행하고 계신가요?], [106. 몽상가와 드리머, 당신은 어느 쪽이신가요?], [107. 여러분의 시간은 누구에게 바쳐져 있으신가요?], [108. 여러분은 어느 행성에서 오셨나요?], [109. 창업한 사람에게 필요한 이런저런 이야기]

약속이나 한 듯 한결같이 과거에서 미래로 나가는 과정의 두려움을 담고 있습니다. 아마 여러분 중에는 지금 이런 과정을 겪고 계신 분이 있으시다면 이 무렵 월요편지를 읽어 보시면 위안을 받으실 것입니다.

"자유와 안정. 앞으로도 수없이 많은 자유의 획득으로 얻은 이점과 안정의 상실로 겪게 되는 위험 사이에서 고민할 것 같습니다. 그리고 앞으로 제가 무엇을 할지는 많은 시간을 가지고 고민하고 준비하겠습니다. ‘내게 나무를 벨 시간이 8시간 주어진다면 그중 6시간은 도끼를 가는데 쓰겠다.’고 한 링컨의 말처럼 준비에 많은 시간을 쏟아붓겠습니다."

"[을의 생존법]이라는 책은 을에게 필요한 5가지 마인드를 다음과 같이 적고 있습니다. ‘1. 자신을 낮춰라. 2. 언제 어디서든 누구에게나 봉사하라. 3. 열린 마음을 가져라. 4. 늘 새롭게 발상하라. 5. 열정을 품어라.’ 저는 ‘을’로 살아가기에 앞서 ‘을로 살아가는 법’을 공부해 보렵니다. 그리고 각오를 단단히 해 보렵니다. 승리는 깨인 을의 몫이니까요."

이런 고민을 하면서 민간인으로서의 첫해가 지나갔습니다. 그리고 2012년이 밝았습니다. 2012년 1년간의 월요편지 제목을 읽어보다가 눈길이 멈춘 제목이 있었습니다. [127. 내비게이션을 버려야 자신의 날개를 발견합니다.] 그 내용을 읽어 보았습니다. 제가 너무도 좋아하는 구절을 찾을 수 있었습니다.

"저는 요즘 저의 변신을 이렇게 설명하곤 합니다. '옥상에서 누군가 밀어 떨어지게 되었습니다. 그러나 낙하산을 펴지 않고 날아보려고 기를 써서 팔을 흔들어 보았습니다. 그랬더니 정말 놀랍게도 겨드랑이 사이에 퇴화해 버린, 그러나 없어지지는 않은 조그마한 날개가 팔을 한번 흔들 때마다 1밀리미터씩 자라 다행히 땅바닥에 추락하지 않고 날 수 있게 되었습니다. 그 날개는 처음에는 참새 날개 정도이었는데 이제는 까치 날개 정도는 되었습니다. 저는 언젠가는 창공을 가로질러 날아오르는 독수리의 날개를 갖게 되기를 바라며 오늘도 열심히 팔을 젓고 있습니다.'"

아직도 날개가 튼튼하지 않아 언제 추락할지 모른다는 공포심을 가지고 살아가고 있는 것이 사실입니다. 그러나 그런 생각이 들 때면 이 구절을 떠올리며 힘껏 팔을 저을 것입니다. 겨드랑이에서 날개가 또 자라길 바라면서 말입니다.

검찰을 퇴직한 후의 월요편지에 자주 등장하는 주제가 바로 가족입니다. [119. 高會夫妻兒女孫(고회부처아녀손) ''이 세상에서 가장 훌륭한 모임은 부부 자식 손자와 하는 모임이다.'], [126. 아버지 노릇 하기가 쉽지 않은 것 같습니다.], [139. 자녀들이 넘어졌을 때 필요한 것들], [156. 부부간에 반말을 하시나요. 존댓말을 하시나요.], [163. ‘엄마 김영순’], [195. 저에겐 여전히 액세서리일 수밖에 없는 아이들], [202. 유럽 배낭여행으로 훌쩍 커버린 아들] 등이 눈에 띕니다.

"다 자랐던 아직 어리던 자녀는 항상 어린이입니다. 아이들 중에는 넘어졌다가 훌훌 털고 일어나는 아이도 있지만 넘어져 우는 아이도 있습니다. 부모님들은 우는 아이를 보고 속상해 오히려 야단치기도 하지만 그 순간 그 아이에게 가장 필요한 것은 아빠의 손이요, 엄마의 가슴입니다. 먼 옛날 제가 넘어져 울고 있을 때 저를 일으켜 주신 분은 아버지셨고 흙을 털고 상처를 호호 불며 울고 있는 저를 꽉 껴안아 주신 분은 어머니셨습니다. 그러기를 몇 차례 그 후 저는 넘어져도 울지 않을 수 있었고 더 이상 넘어지지 않게 되었습니다. 여러분도 기억나시나요. 이런 어린 시절이." [139. 자녀들이 넘어졌을 때 필요한 것들]

이런 식으로 읽어 나가다가는 오늘 다 읽지 못할 것 같습니다. 결정 해야 할 것 같습니다. 오늘 건성으로 나머지 편지를 다 읽을 것인지, 아니면 오늘은 일정 기간까지 월요편지를 읽고 다음 주에 나머지를 다 읽을 것인지. 저는 후자를 택하기로 했습니다. 그래서 오늘은 2014년 말 월요편지까지만 읽어보렵니다. 이렇게 마음을 정하고 나니 읽기가 편해졌습니다. 무엇에 쫓기지 않아도 되니까요. 새로운 글을 쓰는 것만큼 중요한 것이 지난 글을 읽고 생활에 적용하는 일이겠지요.

새해가 되면 모두가 새로운 결심을 합니다. 그중에 으뜸은 건강입니다. 2012년 1월 2일 121번째 월요편지부터 2014년 12월 29일 277번째 월요편지까지 읽으면서 건강에 관한 월요편지를 찾아보았습니다.

“작년 봄에 들은 건강강좌가 머리에 떠올랐습니다. 그때 그 의사 선생님은 이렇게 이야기하셨습니다. ‘오십 세가 넘어서면 운동을 하여야 합니다. 그런데 그냥 운동하시면 부족합니다. 운동선수처럼 하셔야 합니다. 운동선수처럼 매일 많은 양의 운동을 하셔야 합니다. 그래서 저는 이렇게 이야기 드리고 싶습니다. 단순히 운동을 하라는 것이 아니라 오십이 넘으면 운동선수가 되라고 말입니다.[237. Be an athlete]

이런 경고의 편지도 있었습니다. “결국 건강은 생활 속의 습관을 바꾸는 것인가 봅니다. 매일 1시간 걷는 것이나 서서 일하는 것 모두 우리가 살아오는 방식을 바꾸는 것입니다. 쉽지 않지만 불가능하지도 않은 일이지요. 여러분은 어떠신가요. 편한 생활 습관을 바꾸는 도전을 해보지 않으시렵니까? 아직 젊으시다고요. 저도 늘 그렇게 생각하고 살았습니다. 그러나 세월은 그리 녹록하지 않습니다. 미리 준비하세요.” [238. 1시간 걷기 그리고 서서 일하기]

2011년 10월 초 회사를 설립하였으니 2014년 말까지 3년 이상을 행복마루 법무법인과 행복마루 컨설팅 주식회사를 경영하였습니다. 경영을 하는 만큼 경영에 대한 고민도 많았습니다. 과연 사업 초기 3년간 어떤 고민을 하였는지 궁금해졌습니다. 그래서 경영에 관한 월요편지를 찾아보기로 하였습니다.

[164. ‘마루 파티’와 함께 다시 시작한 행복경영], [168. 직원들과의 개별 면담에서 느낀 몇 가지], [215. 행복마루''점방''에서 행복마루 ''그룹''으로], [219. 직원을 인정해 주는 것이 CEO의 Job입니다.], [234. 한국을 대표하는 두 CEO의 경영 훈수], [239. 경영의 요체, 인간에 대한 이해입니다.], [255. 회사의 성장 속도와 나의 성장 속도], [263. 직원의 눈치를 보는 CEO], [268. 사무실 방문을 열고 사는 임원] 등이 있었습니다.

“누가 마쓰시타 고노스케에게 물었답니다. ‘경영자가 가져야 할 가장 중요한 덕목은 무엇인가요?’ 마쓰시타 고노스케는 어떤 질문에 대해서도 즉각 세 가지로 답변하곤 하였는데 이 질문에 대해서는 한참을 생각하더니 이렇게 대답하였다고 합니다. ‘인간에 대한 이해입니다.’ 저는 생각하였습니다. ‘경영을 잘하려면 인간에 대한 공부가 앞서야 하는구나. 인간에 대한 이해, 내가 평생 공부해야 할 주제이구나.’” [239. 경영의 요체, 인간에 대한 이해입니다]

“직원을 월급 주는 대상에서 회사에 돈을 벌어 주는 존재로 바꿔 인식하면 모든 것이 달라집니다. ‘혹시 직원이 아프면 어떻게 하지. 직원의 오늘 컨디션은 어떤가. 그들이 최고의 기량을 발휘하도록 내가 무엇을 해주어야 하지.’ 이러면 당연히 오너인 제가 직원의 눈치를 보아야 합니다. ‘직원이 오너인 저의 눈치를 보는 것이 당연하다는 인식’에서 ‘오너인 제가 직원의 눈치를 보는 것이 당연하다는 인식’으로 바뀌는데 3년의 세월이 흘렀습니다.” [263. 직원의 눈치를 보는 CEO]

경영자로 사는 저로서는 이것들이 영원한 공부 주제요. 실천 대상입니다. 그런데 3년 치 월요편지 제목을 여러 번 읽다 보니 문득 특이한 제목의 월요편지들이 눈에 띄었습니다. 인생을 살다 보면 특이한 경험을 하기 마련입니다. 그래서 아예 그런 월요편지만 모아 보기로 하였습니다. 이 월요편지에는 그런 내용이 담겨있을 것입니다.

[146. 산사에서 만난 대형 탄노이 웨스트민스터 스피커], [157. 채 세 자루로만 치는 골프], [175. ‘불타는 빨간 구두’], [190. 구두 신고 한 울릉도 답사 여행], [200. 자진하여 소나기를 맞으며 떠오른 생각], [244. ‘자전거로 서울에서 부산 가기’], [250. 조근호, 잡지 패션모델이 되다.], [252. 한여름 밤의 추억, ‘앵두 서리’], [264. 마루파티에서 배운 위빠싸나 명상] 등 제목만 보아도 범상치 않습니다.

이같이 생각보다 재미난 경험을 많이 하였습니다. 인생은 도전하기에 따라서는 지루하지 않은 것 같습니다. 그중 가장 기억에 남는 일이 서울에서 부산까지 자전거를 타고 4박 5일 동안 간 일입니다.

"저는 이포교에서 낙동강 하구언까지 4박 5일을 달렸습니다. 족히 400킬로미터 이상을 달렸습니다. 매일 8시간 정도, 80킬로미터에서 100킬로미터를 달렸습니다. 저 자신에게 칭찬해 주고 싶습니다. 아직까지는 무엇을 새로이 도전할 용기가 충분하구나. ‘수고했다. 조근호.’

저는 이 경험을 통해 앞으로 인생에 새로운 도전을 그 무엇이라도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가졌습니다. 인간의 몸은 우리 스스로가 생각하는 것보다 더 무한한 가능성을 지니고 있나 봅니다. 감히 여러분에게 묻고 싶습니다. 어떤 도전을 꿈꾸시나요."

10년간의 월요편지를 두 번에 걸쳐 다 훑어본다는 생각 자체가 과욕이었나 봅니다. 이렇게 오늘까지 2014년 말까지의 월요편지를 읽어보았습니다. 다음 주에는 아마 이 작업이 끝이 날 것 같습니다. 월요편지 10주년 500회를 맞아 어떤 특별한 행사를 해볼까 잠깐 고민도 하였는데, 두 주간 지나간 월요편지를 다시 읽어보는 월요편지를 쓰고 보니 이것만큼 10주년에 걸맞은 작업은 없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번 한 주도 웃으며 시작하세요.

2018.01.29. 조근호 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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