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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98번째 편지 - 내가 생각하는 행복의 조건

 

2018년 두 번째 주입니다. 아직 새해의 여운이 가시지 않은 상태입니다. 이런 시기에는 누구나 2018년 한 해를 어떻게 보낼까 생각하고 나아가 인생을 잘살고 있는지 궁금해지기 마련입니다.

한때 잘 나간다고 여겨졌던 분들이 있습니다. 지금은 나락으로 떨어져 힘든 시기를 보내고 있습니다. 개인적으로 아는 분들도 있습니다. [잘 나간 시기]의 의미가 무엇일까요. 고위공직자가 되고 고위 임원이 되고, 수백억 원의 자산가가 되고 언론에 이름이 한창 오르내리고, 우리는 이런 것들이 소위 잘 나가는 것으로 이해합니다. 우리는 [잘 나가는 것]을 인생의 목표로 삼고 있는 것 같습니다.

그러나 그리스 철학이래 우리 모두는 인생의 목표를 [행복]이라는 추상명사에 두고 있습니다. 진심으로 받아들이든 아니든 인생의 목표를 [행복]이라고 말하는데 반론을 할 사람은 많지 않을 것입니다. 2018년을 이야기하고 인생을 이야기할 때 그 전제는 [행복한가]에 달려있습니다. 2018년 12월 31일, 2018년을 돌이켜 보며 과연 2018년을 잘 살았는지 평가할 때 그 기준은 바로 2018년 얼마나 행복했었는가 일 것입니다.

행복 연구자들은 "행복은 조건이 아니라 마음의 상태 Good feeling"이라고 이야기합니다. 100번 맞는 말입니다. 그러나 우리는 Good feeling만을 만들기 위해 산속으로 들어가서나 절해고도로 갈 수는 없는 노릇입니다. '일상의 삶'을 살아야 합니다. 그래서 행복 연구자들의 조언이 약간은 공허하게 들리는 것입니다. 우리는 Good feeling을 얻으려고 노력하기보다 행복의 조건을 달성하려 아등바등하고 있습니다. 행복의 조건이 달성되면 Good feeling을 느낄 수 있기 때문인지도 모르겠습니다.

연구는 학자들에게 맡겨놓고 저는 제가 느끼고 생각하는대로 말씀드리려 합니다. 암만 생각해도 [행복의 조건]을 무시할 수 없는 것 같습니다. 그래서 저는 정면으로 [행복의 조건]에 무엇이 있을까 고민해 보았습니다. 수년의 고민 끝에 2018년 1월 1일 내린 결론은 이렇습니다.

행복의 조건에는 세 가지 레벨이 있는 것 같습니다. 필요조건, 충분조건, 완성조건입니다. 먼저 필요조건입니다. 제는 세 가지를 꼽았습니다. (1) 건강, (2) 가족, (3) 돈입니다.

첫 번째 건강이 가장 중요하다는 것은 말할 필요가 없습니다. 저는 2018년 건강을 제 나름대로 재해석하여 [육체 파워]로 재명명하였습니다. 단순히 건강이 아니라 육체 파워를 가져보겠다는 의지가 들어 있습니다.

두 번째 가족입니다. [잘 나가는 사람]들이 쉽게 등한히 하는 것이 가족입니다. 바쁘니까 이해해 주겠지 하고 생각하는 것입니다. 그러나 잘 나간 이후 가족이 붕괴되면 그 잘나감이 무슨 소용이 있을까요? 아직 기회가 있을 때 가족들에게 최선을 다해야 합니다. 저도 딸아이와 갈라진 틈을 메우는데 10년 이상 걸렸습니다.

세 번째 돈입니다. 돈은 많이 벌수록 행복할까요? 2015년 12월 서남대 강은택 교수가 13,036명을 상대로 개인소득 포화점을 조사하였습니다. 소득이 올라가도 더 이상 행복도가 높아지지 않는 한계치입니다. 꽤 높더군요. 금액은 적지 않겠습니다. 알면 씁쓸할지도 모르기 때문입니다.

중간정리해 볼까요. 행복의 필요조건은 (1) 건강, (2) 가족, (3) 돈입니다. 그러면 충분조건은 무엇일까요. (4) 인격, (5) 교양, (6) 인간관계입니다.

네 번째 인격입니다. 저는 사실 인생의 목표를 행복이라는 추상명사가 아닌 인격의 완성에 두고 있을 정도로 인격을 중시합니다. 인격이 무엇인가요. 인간이 가지고 있는 품격입니다. 인간다움이지요. 저는 "그저 아무 말 없이 옆에 앉아만 있기만 해도 아름다운 향기가 나는 그런 사람"이라고 표현하고 그런 사람이 되고 싶어 고전을 읽는 것입니다.

다섯 번째 교양입니다. 천재들은 후세의 인간들에게 엄청난 선물을 남기고 갔습니다. [호머의 일리아드], [미켈란젤로의 최후의 심판], [베토벤의 운명 교향곡] 등등 수많은 예술적 명품들이 바로 그것입니다. 그런데 저의 무지와 나태로 이들을 제대로 감상하지 못한다면 저는 인생을 헛사는 것이지요. 아직도 클래식 음악회에 가면 좁니다. 명품에 대한 예의가 아니지만 저의 무지가 머리의 무게를 더 무겁게 만드는 것이지요.

여섯 번째 인간관계입니다. 세상에는 두 가지 유형의 사람이 있습니다. 문제가 있을 때 찾아가 상담을 하고 싶은 사람과 문제가 있을 때 불러내 술 한잔하고 싶은 사람입니다. 첫 번째 유형은 비를 맞고 있는 친구에게 우산을 씌워주는 친구입니다. 그러나 우리가 더 좋아하는 유형은 내가 비를 맞고 있을 때 비를 함께 맞아 주는 친구입니다. 저는 전형적으로 첫 번째 유형이지만 두 번째 유형이 되려고 노력합니다.

또 한 번 정리해 볼까요. 행복의 필요조건 (1) 건강, (2) 가족, (3) 돈. 행복의 충분조건 (4) 인격, (5) 교양, (6) 인간관계입니다. 이제 행복의 완성조건만 남았습니다. 과연 무엇일까요. 각자 생각하는 바가 다르겠지만 저는 다음 세 가지를 꼽았습니다. (7) 신앙, (8) 봉사, (9) 여행입니다.

일곱 번째 신앙입니다. 살다 보니 제힘으로 해결이 안 되는 힘든 일이 점점 더 많이 늘어납니다. 덜컥 주저앉아 일어설 힘이 없습니다. 사람의 위로가 아무 도움이 되지 않습니다. 그 순간 신의 위로가 필요합니다. "수고하고 무거운 짐 진 자들아. 다 내게로 오라. 내가 너희를 쉬게 하리라"라는 말씀(마태복음 11장 28절)에 저도 모르게 눈물이 흐릅니다.

여덟 번째 봉사입니다. 지난 세월을 돌아보면 세상으로부터 많은 혜택을 받고 살았습니다. 이제는 돌려주어야 할 때입니다. 제가 보육원에 봉사를 시작한 것은 죄책감 때문입니다. 저 자신의 마음을 편하게 하기 위해 시작하였습니다. 봉사는 궁극적으로 저에 대한 봉사가 되더군요.

마지막 여행입니다. 제가 행복의 완성조건 마지막에 여행을 넣은 것은 큰 의미가 있습니다. 모든 행복은 여행에서 완성된다는 메시지를 저 스스로에게 전하고 싶었기 때문입니다. 서울대 최인철 교수는 여행을 행복의 종합선물 세트, 행복의 뷔페라고 표현합니다. 그러나 우리는 행복을 느끼는 여행을 하지 못하고 숙제를 해치우듯 여행을 합니다. 진정한 의미의 여행을 천천히 하고 싶습니다.

사람에 따라 생각하는 행복의 조건은 다를 것입니다. 그러나 제가 정리한 행복의 조건은 필요조건 세 개(1. 건강, 2. 가족, 3. 돈), 충분조건 세 개(4. 인격, 5. 교양, 6. 인간관계), 완성조건 세 개(7. 신앙, 8. 봉사, 9. 여행) 등 아홉 개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이것들이 균형을 이루어야 행복해집니다.

소위 잘나가는 사람들은 몇 가지를 놓치기 마련입니다. 저의 경우에도 한참 공직에서 올라갈 때 건강, 가족, 돈, 봉사 등을 놓치고 살았습니다. 지금 TV를 켜면 뉴스에 나오는 분들 중 상당수가 한창때의 저와 비슷할 것입니다. 그러나 [잘 나가는 한때]는 정말 일장춘몽 같더군요.

잘 나가든 아니든 우리가 인생을 행복하게 살려면 항상 삶의 궁극적 목적, 행복의 조건 등에 대한 자신의 생각을 정리하여야 합니다. 이것이 정리되어 있지 않으면 무엇을 놓치고 살고 있는 듯한 불안에 시달리고 매사에 불평하는 불행한 삶을 살아갈 수 밖에 없습니다.

2018년 중 오늘 하루만이라도 인생, 행복 등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해 보시길 권합니다. 그 어느 하루보다 행복해지실 것입니다.

이번 한 해도 웃으며 시작하세요.

2018.1.8. 조근호 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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