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11번째 편지 - 바보들은 항상 결심만 한답니다

          바보들은 항상 결심만 한답니다.

  저는 지검이나 지청 지도방문 때 훈시를 하는 대신 ‘행복경영이야기’ 강의를 하였습니다. 그런데 지난 10월 26일 부산 동부지청 직원 한 분이 이런 편지를 보내왔습니다.

  “고검장님의 특강을 듣고 저에게 작은 변화가 생겨 메일을 보냅니다. 강의를 듣고 저는 제 자신의 꿈이 무엇인지 생각해 보았습니다. 그러나 아무리 생각해도 꿈이 없었습니다. 결혼하고 지금까지 하루하루를 보낸 것 뿐이었습니다. 아침에 일어나기 싫어하는 아이들을 소리 질러 깨우고, 아이들에게 밥을 챙겨 먹이고 나오기 바빴습니다. 그렇게 10여년을 지냈습니다. 아무리 꿈을 생각하려고 해도 생각이 나지 않았고, 이렇게 사는 것이 너무 억울하였습니다. 그런데 지난주 토요일 아이들을 교회 문화센터에 데려다 주고 기다리는 동안 커피를 마시면서 수다를 떨다가 이 시간을 그냥 보내는 것 보다는 무언가를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가만히 생각해 보니 예전에 악기를 배웠으면 하는 생각을 했던 기억이 나더군요. 그래서 바이올린 선생님을 만나서 바이올린을 배우고 싶다고 말씀 드렸더니 선생님께서 당장 등록하라고 하셨습니다. 바이올린은 후배에게 빌려 바로 배우기 시작하였습니다. 바이올린 잡는 법, 활 잡는 법을 배우면서 너무 행복했습니다. 언젠가는 나도 무대에서 바이올린을 연주할 수 있다고 생각하니 너무 흥분되었습니다. 검사장님! 이렇게 도전할 수 있는 마음을 주시고, 꿈을 가지게 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저는 이 편지를 읽고 이런 답장을 보냈습니다.

  “정말 축하할 일이네요. 성인이 되어 자신이 하고 싶은 일을 다시 시작한다는 것 쉽지 않은 일이에요. 인생이 살만하고 아름다운 것은 이런 일이 가능하기 때문이지요. 우리가 상상하는 일이 항상 가능한 것, 그것이 인생이지요. 한 걸음 더 나아가 내년 망년회에는 친구들 앞에서 바이올린 독주를 해 보겠다는 꿈을 가지세요. 연습에 힘이 생길 것입니다.”

  저는 여러분에게 제가 쓴 ‘조근호 검사장의 월요편지’를 한권씩 드렸습니다. 그리고 부산고검에 부임한 이후 총 10번의 월요편지를 띄웠습니다. 책과 편지에는 이런 저런 것을 한번 해보면 어떨까요 하고 권하는 내용이 들어 있었습니다. 여러분은 그 글을 읽고 혹시 실행에 옮기신 것이 있으신가요.

  변화관리 분야의 전문가인 팻 맥라건이 쓴 ‘바보들은 항상 결심만 한다.’ 책은 ‘하루에도 몇 번씩 변해야지’라고 생각만 하는 사람들에게 여러 가지 메시지를 던지고 있습니다.

  그 책에는 이런 예화가 나옵니다.

  “회사의 능력 창출 프로젝트에 가장 목소리 높여 저항했던  

사람 가운데 하나인 나이 든 노조 대표위원이 동료들과 상사 앞에서 이런 말을 했다고 합니다. ‘제가 이제야 깨달은 게 하나 있습니다. 옛날에도 마찬가지지만 지금도 아직 배워야 할 것이 너무도 많다는 겁니다. 정말 많은 세월이 흘렀지만 처음으로 출근하는 게 이렇게 흥분되고 즐거운 때가 없었습니다. 하지만 아쉽게도 전 6개월만 지나면 정년퇴직 합니다. 제가 바라는 것이 있다면 남아 있는 여러분들이 일을 할 때 좀 더 진취적으로 참여했으면 하는 겁니다.’라고 말입니다.”

  무엇이든 결심하고 실행하세요. 금년에도 결심만 한 사람은 내년이 와도 결심만 합니다. 그리고 인생을 운전사로 살지 않고 승객으로 살고 맙니다. 우리는 우리네 인생의 운전사입니다. 언제든지 결심하고 운전대를 꺾을 권리가 있습니다.

  저는 어제 어느 검찰 상가에서 정성진 전 법무부장관님을 만나 뵈었습니다. 반가운 마음에 요즘 무슨 일을 하고 계시냐고 물었습니다. 흔히 검찰 고위직들께서 은퇴하시면 골프나 여행으로 소일하셔서 그런 답을 하시지 않을까 예상하며 여쭤보았습니다. 그러나 의외의 답변을 하셨습니다. 그동안 바빠서 읽지 못한 책을 읽고 있노라 하시면서 최영희의 혼불 10권짜리와 유성룡의 징빙록을 재미있게 읽으셨다며 환한 미소로 그 책 내용을 설명하셨습니다. 장관님의 얼굴에는 지적 탐구를 향한 호기심이 가득 차 있으셨습니다.

  여러분은 깊어 가는 이 가을, 어떤 실행을 하실 예정이신가요. 이 해가 가기 전에 한 가지만이라도 실행하면 어떨까요.

  이번 한 주도 웃으며 시작하세요.

  2009.11.2. 조근호 드림  

트위터 페이스북 카카오톡
이전글 목록으로 다음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