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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94번째 편지 - 행복한 가정이란?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사람이 누구일까요? 이런 질문이 가능할까 하는 생각이 드실 것입니다. 행복이라는 것이 주관적인 것인데 어떻게 이 세상 사람들의 행복도를 측정하여 특정한 누구를 세상에서 가장 행복하다고 할 수 있을까요. 맞는 말입니다.

그런데 로마 시대의 철학자 세네카는 행복한 사람의 표본을 소크라테스라고 지칭하였습니다. 소크라테스가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사람이라는 뜻입니다. 소크라테스는 여러분이 다 알다시피 너 자신을 알라고 외쳤던 그리스의 철학자입니다. 세네카가 소크라테스를 행복한 사람의 표본으로 이야기한 의미가 무엇인지는 구구하게 설명하지 않아도 알 듯합니다. 정신적인 의미에서의 행복을 말하고 있는 것일 테지요.

그런데 세속적인 관점에서 소크라테스를 따져 보겠습니다. 소크라테스는 경제관념이 전혀 없었던 모양입니다. 쉽게 말하면 돈을 벌어오지 못했다는 말입니다. 그러니 어느 아내가 소크라테스를 환영하였을까요. 더군다나 소크라테스의 아내 크산티페는 악처로 소문난 여인입니다. 생활비를 벌어오지 못하는 소크라테스를 받아들이기 힘들었을 것입니다. 걸핏하면 부부싸움이 벌어지고 크산티페는 고래고래 고함을 치다가 분이 풀리지 않으면 물동이를 가져다가 소크라테스의 머리에 부어 버렸답니다.

이때 소크라테스가 한 유명한 말이 지금까지 전해져 오고 있습니다. "천둥이 친 뒤에는 소나기가 오는 법이다." 소크라테스에게는 행복한 가정이라는 개념이 없었던 것 같습니다. 아니 더 정확하게 이야기하면 행복한 가정을 느껴볼 수 없었을 것입니다. 세네카는 정신적 의미로 소크라테스를 행복한 사람의 표본이라고 이야기하였지만 적어도 행복한 가정이라는 측면에서는 소크라테스는 우리에게 모델이 될 수 없습니다.

자! 그러면 소크라테스는 옛날 사람이라고 치고 요즘에는 행복한 사람의 모델이 없을까요? 자료를 찾아보니 Mr. Happy라는 별명을 가진 분이 있더군요. 얼마나 행복한 분이면 별명이 이럴까요. 혹시 누구인지 아시나요.

1946년에 태어난 마티유 리카르(Mattieu Ricard)라는 프랑스 사람입니다. 그는 1972년 프랑스 파스퇴르 연구소에서 분자생물학으로 박사학위를 받습니다. 그의 스승은 노벨상을 받은 분입니다. 그도 연구를 더 하면 노벨상을 받을 가능성이 있는 장래가 촉망되는 학자였습니다. 그는 박사학위를 취득한 후 모든 것을 포기하고 티베트로 들어가 승려가 되어 현재 45년째 승려 생활을 하고 있습니다.

몇 년 전 위스콘신 대학교의 리차드 데이비슨 교수는 재미난 실험을 하였습니다. 그는 행복에 관한 뇌과학적 연구를 해오면서 행복하면 뇌의 좌측 전두엽이 활성화되고 불행하면 뇌의 우측 전두엽이 활성화된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습니다. 즉 좌측 전두엽이 우측 전두엽보다 얼마나 더 활성화되어 있는지 측정하면 누가 더 행복한 사람인지 알 수 있다는 것입니다. 리차드 데이비슨 교수는 오랫동안 수행을 해온 티베트의 승려분들이 행복감이 높을 것으로 생각하고 티베트 승려들께 자신의 실험에 참여해 줄 것을 요청하였고 마티유 리카르드를 비롯한 150여 명의 승려들이 이 실험이 자발적으로 참여하였습니다.

그 결과 대부분 승려들은 좌측 전두엽이 우측 전두엽보다 더 활성화되어 있었습니다. 그런데 놀랍게도 한 분이 특별히 현격하게 다른 승려들보다 더 활성화되어 있었습니다. 바로 마티유 리카르드입니다. 이 실험 이후 마티유 리카드르는 Mr. Happy라는 별명을 얻게 되었고 매스컴을 통해 이 사실이 세상에 알려집니다.

이 실험은 사실이고 마티유 리카르드는 우리보다 훨씬 행복감을 많이 느끼는 분입니다. 그러나 그가 아무리 행복하여도 그의 삶을 본받고 싶지는 않습니다. 그에게는 없고 저에게는 있는 것이 있습니다. 바로 가정입니다. 우리가 행복을 이야기할 때 가장 먼저 머릿속에 떠오르는 것이 바로 행복한 가정입니다. 안타깝게도 행복한 사람의 표본으로 거론된 소크라테스와 마티유 리카드르는 모두 행복한 가정과는 거리가 먼 분들입니다.

그러면 우리는 행복한 가정의 표본을 어디에서 찾을 수 있을까요. 모델이 있어야 그 모델을 이룩하기 위해 노력하지 않을까요. 이리저리 책을 뒤지다가 우리가 머릿속으로 그리고 있는 행복한 가정이라는 개념은 미국인들이 꿈꾼 아메리칸 드림과 맞닿아 있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아메리칸 드림은 1950년부터 1970년까지 미국의 대기업에 의해 종신 고용된 미국 직장인들의 삶을 일컫는 표현이라고 합니다. 이민주가 쓴 <지금까지 없던 세상>이라는 책에 보면 이 아메리칸 드림이 자세히 묘사되어 있습니다.

"1950년대 중반 미국 자동차 공업의 도시 디트로이트 근교에 사는 윌리엄스 씨는 아무리 바빠도 저녁 5시면 칼퇴근이다. 그는 자동차를 몰고 집으로 행한다. 집은 교외에 그림처럼 예쁘게 만들어져 있다. 부인이 저녁을 준비하는 동안 그는 정원에 나가 호스로 물을 준다. 그는 정원의 풀을 뽑다가 옆집 사람과 인사를 나눈다. 그의 아들은 정원을 뛰어다니고 딸은 푹신한 양탄자에서 장난감을 가지고 논다. 그 옆에는 애완견이 있다. 이들은 저녁을 함께하면서 하루 동안 벌어진 일을 주제로 대화를 나눈다. 주말이 되면 그는 가족들과 함께 교회에 간다. 시간이 나면 커뮤니티 행사에 참여하기도 한다. 그의 동네 주민들은 친밀함으로 끈끈하게 맺어져 있다. 그래서 종종 골프를 치면서 서로의 공감대를 형성한다."

이 이야기를 듣고 그래 나는 이렇게 살고 있다고 하시는 분들도 계실 것이고 나도 언젠가는 그런 삶을 살 거야 라고 하시는 분들도 있을 것입니다. 저는 윌리엄스의 삶이 2017년 대한민국을 살아가는 우리의 모델이라고 생각하지는 않습니다. 제가 이야기하고 싶은 것은 우리가 모두 행복한 삶에 대해 너무 추상적으로 생각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우리에게는 아메리칸 드림과 같은 것이 구체적으로 제시되거나 경험된 바 없습니다. 그래서 막연하게 너무나도 높은 기준을 행복의 기준으로 생각하는 경향이 있는 것 같습니다.

한 해가 저물고 있습니다. 이제 얼마후면 2018년이 소리소문없이 우리 곁에 다가 올 것입니다. 우리는 또 2018년에도 행복이라는 추상명사를 목표로 허겁지겁 살게 될 것입니다. 2018년에는 행복이 자신에 맞게 구체화 되면 좋겠습니다. 그래야 힘이 덜 들 테니까요.

이번 한주도 웃으며 시작하세요.

2017.12.11. 조근호 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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