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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2번째 편지-휴식, 자신과의 만남

휴식, 자신과의 만남


  어제 일요일 아침 저는 다소 당황스러운 상황에 처했습니다. 어느 분께서 토요일 날 전화를 주셔서 일요일 조찬을 하였으면 좋겠다고 하셔서 아침 7시 반으로 약속을 잡았습니다. 그런데 일요일 아침 약속장소에 가보니 예약이 되어 있지 않았습니다. 예약 장부를 보니 일요일 7시 반으로 예약이 되었다가 취소를 하고 월요일 7시 반으로 예약이 변경되어 있었습니다. 그래서 그분에게 전화를 드렸더니 일요일 아침이 결례일 것 같아 문자로 월요일로 변경하여 드렸는데 못 보셨나요 하는 것이 아닙니까? 문자 메시지를 보니 약속이 변경되어 있었습니다. 제가 문자 메시지를 보고도 당연히 일요일거라고 예단한 것이 이런 일을 초래한 것이었습니다. 그러나 약속이 어긋난 것은 아무런 문제가 되지 않았습니다. 덕분에 일요일 아침 일찍부터 움직여 이른 시간을 활용할 수 있었으니까요. 그런데 문제는 갑자기 할 일이 사라지자 머리가 텅 빈 것처럼 일시 정지 상태가 발생한 것입니다.

  늘 일정에 맞추어 살고 있고 일요일마저도 할 일을 정해 살아가고 있는 저로서는 갑자기 몇 시간이 그냥 주어지는 상황이 당혹스러웠습니다. 그냥 집에 들어가 쉬면 될 일인데 머리  속으로 이 몇 시간을 가장 효율적으로 사용하는 길이 무엇인지 찾고 있는 저 자신을 발견하고는 적지 않게 놀랐습니다. 휴일마저도 저에게는 시간 관리의 대상이 되어버린 것입니다. 몇 가지 할 일을 생각하다가 결국 헬스클럽에 가서 러닝머신에서 1시간을 뛰고 사우나를 하는 것으로 마무리를 하였습니다. 약속은 어긋났지만 건강을 위해 그 시간을 소중하게 썼으니 손해 본 것이 없다는 생각이었습니다.

  저는 이 과정에서 휴식까지도 계획을 짜서 실천하는 저 자신을 보고 시간관리 중독 증세에 빠진 것이 아닌가 여겨졌습니다. 휴식은 말 그대로 휴식입니다. 

  조그만 항구 도시에 사는 가난한 어부가 자신의 보트에서 늘어지게 낮잠을 자고 있었습니다. 그때 그곳을 지나던 사업가가 어부를 깨워 말을 걸었습니다. ‘하루에 몇 번이나 출어하시오?’ ‘단 한 번. 나머지는 이렇게 쉬지요.’ 사업가는 반문하였습니다. ‘왜 두 번 이상 하지 않소? 그럼 두 배로 많은 고기를 잡을 수 있을 게 아니오?’ 그러자 어부가 대꾸하였습니다. ‘그러면요?’ 사업가는 기다렸다는 듯이 장광설을 늘어놓았습니다. ‘그러면? 그러면 2년 뒤에는 모터보트를 두 척 살 수 있고, 3~4년 뒤에는 두세 척의 보트로 훨씬 더 많은 고기를 잡을 수 있죠. 그럼 작은 냉동 창고에 훈제 생선공장, 커다란 생선 처리공장까지 지을 수 있고, 잘만 하면 헬리콥터를 타고 날아다니며 물고기 떼의 위치를 미리 어선에 알려줄 수도 있소.’ 이 말이 떨어지기가 무섭게 어부는 되물었습니다. ‘그런 다음에는?’ 사업가는 보란 듯이 말했습니다. ‘그런 다음에는 여기 이 항구에 편안하게 앉아 햇살 아래 달콤한 낮잠을 즐기는 거요. 저 멋진 바다를 감상하면서!’ 그러자 어부가 묘한 미소를 띠며 말했습니다. ‘내가 지금 그러고 있잖소!’

   저는 어부의 이야기가 이해는 되지만 공감되지는 않습니다. 지금의 휴식과 돈을 번 후에 하는 휴식 간에는 질적 차이가 있을 것이라고 여전히 믿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어쩌면 저는 지구상에서 쉬지 않고 열심히 살다가 성공하고는 죽을 때 후회하였던 많은 바보들처럼 열심히 달리고만 있는 것일지도 모르겠습니다.

  제가 소개해드린 어부 이야기는 울리히 슈나벨이 쓴 ‘행복의 중심 휴식’에 나오는 예화입니다. 저자는 진정한 휴식을 위해서는 세 가지가 필요하다고 제안하고 있습니다.

  첫째 시간의 주인이 되어야 한다고 역설합니다. 시간부족과 끊임없는 압박감을 피할 수 있게 시간에 대한 지배권을 가져야 한다고 말하고 있습니다. 둘째 성공하고야 말겠다는 욕심에서 벗어나 때로는 멈추어 서서 순간의 행복을 즐길 줄 알아야 한다는 것입니다. 그런 면에서 저는 어제 몇 시간의 휴식이 주어졌지만 멈추지 못하고 형태만 바꾸어 달리고 말았습니다. 셋째 행복이란 절제 안에 있다는 것을 깨달아야 한다고 지적하고 있습니다. 많은 돈, 더 큰 집, 고급 자동차, 럭셔리 해외여행이 아니라 덜 누리는 것이 더 많은 기쁨을 준다는 사실을 알아야 한다는 것입니다. 저는 이 점에서도 착각을 한 듯합니다. 지금 누리는 소박한 휴식보다 나중에 누리는 화려한 휴식이 더 달콤할 것이라는 입증되지 않은 가설에 사로잡혀 사는 것입니다.

  이 책은 휴식을 그저 게으름뱅이의 빈둥거림이 아니라 ‘자신과의 만남’이라고 규정합니다. 우리가 그토록 많은 사람과 교류하기 위해 수많은 시간과 노력을 하는 만큼 자신과 만나기 위해 또 다른 형태의 노력을 하여야 한다는 것입니다.

  그러나 저는 휴일에도 누군가를 만나는 약속을 정하고 갑자기 주어진 텅 빈 시간에도 나와의 만남보다는 성공을 위한 무엇을 하는데 익숙해 있습니다. 책을 읽어도 나와의 만남을 위해서라기보다는 나의 발전을 위해 그 무엇을 읽고 있는 것은 아닌지 곱씹게 됩니다.

  이런 라이프스타일은 저만의 독특한 것이기를 바라지만 사실 다른 분들도 저와 그다지 다르지 않은 것 같습니다.

  유명한 아인슈타인이 말하는 성공의 법칙이라는 것이 있습니다. S(성공)=X(말을 많이 하지 말 것)+Y(생활을 즐길 것)+Z(한가한 시간을 가질 것) 여기에도 휴식이 성공의 법칙의 한 요소로 등장하고 있습니다. 우리는 성공과 행복을 위해 멈추지 않고 달리고 있지만 사실 성공하기 위해서는 역설적으로 휴식이 필요하다는 말입니다.

여러분은 어떠신가요.

이번 한 주도 웃으며 시작하세요.

2012.3.19. 조근호 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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