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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76번째 편지 - [우리는 왜 잠을 자야 할까]를 완독하다

 

여러분은 하루에 잠을 얼마나 주무시나요? 저는 평생 5시간 정도 잠을 잤습니다. 대략 12시 반에서 1시경 잠이 들어 아침 6시면 어김없이 일어났습니다. 자명종을 맞춰 놓지 않아도 6시면 저절로 잠이 깼습니다.

이렇게 살다 보니 저절로 아침형 인간이 되었고, 아침 6시부터 출근 전 2시간 반 동안 글도 쓰고 독서도 하였습니다. 저는 아침형 인간을 즐겼고 올빼미형에 대해서는 부정적 시각을 지니고 있었습니다. 반면 저희 가족은 모두 올빼미형입니다. 같이 해외여행을 할 때면 이 차이 때문에 번번이 갈등이 생기고 결국 다툼으로 번지곤 하였습니다.

그런데 저는 최근 과학 분야 베스트셀러인 매슈 워커의 [우리는 왜 잠을 자야 할까]를 읽고 생각을 바꾸게 되었습니다. 그 책에 의하면 인구 40%가 아침 종다리형(morning lark)이고 30%가 밤 올빼미형(night owl)이며 나머지 40%는 그 중간이라고 합니다. 그런데 이것은 습관이 아니라 [유전자]에 의해 정해진다고 합니다.

“안타깝게도 사회는 두 가지 방식으로 밤 올빼미형을 좀 부당하게 대한다. 첫 번째는 게으르다는 꼬리표를 붙임으로써이다. 두 번째는 사회의 업무 일정표를 처음부터 불공정하게 짬으로써이다. 올빼미형을 혼쭐내고 종다리형을 편드는 쪽으로, 일찍부터 시작하도록 강하게 편향되어 있다.”

[우리는 왜 잠을 자야 할까]는 우리 선입견을 과감히 깨뜨리고 있습니다. 그러면 우리는 몇 시간을 자야 맞을까요? 저자는 이런 말 합니다. “모든 선진국을 통틀어서 성인 중 3분의 2는 하룻밤 권장 수면시간인 8시간을 제대로 채우지 못하고 있다. 그러니 WHO 세계보건기구가 수면 부족을 선진국 전체의 유형병이라고 선언한 것도 이해가 간다.”

저는 책 내용을 월요편지 독자들께 꼭 소개해 드리고 싶었습니다. 물론 직접 읽으시는 것만큼 좋은 것이 없겠지만 그러지 못하는 분들을 위해 권장 수면시간 8시간이 주는 혜택을 중심으로 소개해 드릴까 합니다.

첫 번째는 기억에 관한 것입니다. “사실 기반의 정보는 [해마]라는 뇌 영역이 맡는다. 그런데 해마는 저장 용량이 한정되어 있다. 잠은 최근에 획득한 기억을 뇌의 더 영구적인 장기 저장소로 옮김으로써, 새로운 것을 학습할 능력을 회복한 상태로 깨어날 수 있도록 단기기억 창고를 비웠다. 잠을 6시간 이내로 자면 학습 회복 혜택을 뇌가 덜 받는다.”

잠은 기억을 장기 저장소로 옮기는 기능만 하는 것이 아닙니다. “잠은 새로 획득한 정보를 보호하여 잊어버리지 않게 한다. 이 과정을 응고화 consolidation라고 한다. 같은 기간을 깨어 있을 때보다 잠잔 뒤에는 기억보유능력이 20-40% 더 높았다.” 저는 이 부분을 읽고 학창시절 시험 전날 밤샘 공부한 것이 얼마나 바보짓이었는지 알게 되었습니다.

잠은 운동기술(악기, 골프, 자전거 등) 기억에도 영향을 미친다고 합니다. “똑같이 열두시간을 보냈지만 밤에 잠을 잔 이들은 자판 누르는 속도가 무려 20% 상승하고 정확도도 거의 35% 향상되었다. 다시 말해, 우리 뇌는 더 이상 연습을 하지 않아도 운동기술 기억을 계속 개선할 것이다.”

그런데 신기한 이 능력은 특정 시간대에 생성됩니다. “8시간 수면 중 마지막 두 시간(오후 11시에 잠들면 오전 5-7시)과 직접 관련이 있다.” 저는 5시간밖에 자지 않았으니 평생 마지막 두 시간을 잠 자지 못한 셈입니다. 그러니 운동기술 기억이 생겨날 수 없었을 것입니다.

잠이 주는 혜택 중 하나인 기억에 대해서만도 이렇게 많은 내용이 있습니다. 이런 식으로 책 내용을 소개하다가는 월요편지가 무한정 길어질 것 같아 나머지 혜택은 간단히 소개하겠습니다.

두 번째는 주의력 문제입니다. “사람은 인지 능력을 유지하려면 매일 밤 일곱 시간 넘게 자야 한다. 10일 동안 딱 일곱 시간씩만 자고 나면, 24시간 잠을 자지 않았을 때와 맞먹는 수준의 기능 이상을 보인다.”

세 번째는 수면과 알츠하이머병의 상관관계입니다. “수면 치료 결과, 그들의 인지력 쇠퇴 속도가 상당히 느려졌고, 더 나아가 알츠하이머병 발생시기도 5-10년 지연되었다.”

네 번째, 수면 부족과 심혈관계의 문제입니다. “잠을 6시간 이내로 자는 사람들은 6시간 넘게 자는 사람보다 한 번 이상 심장정지를 겪을 가능성이 400 - 500% 높았다.”

다섯 번째는 수면 부족과 당뇨병의 문제입니다. “참가자들에게 6일 동안 4시간씩 수면을 취하도록 했다. 이들은 잠을 푹 잤을 때보다 포도당 흡수율이 40%까지 떨어져 있었다.” 제가 바로 이런 상태를 겪고 있는 것입니다. 수면 부족이 저를 건강 이상에 빠트린 것 같습니다.

여섯 번째는 모두가 관심을 갖는 비만입니다. 한 팀은 4일 동안 8.5시간을 재웠고 한 팀은 4.5시간을 재웠습니다. “수면 부족 조건일 때, 매일 총 1,000칼로리 이상을 먹었다.” 결국 잠을 적게 자면 탄수화물 함량이 높은 음식을 갈구하였습니다. 그리고 충격적인 것은 똑같은 양의 체중이 감량되었어도 수면 부족인 팀은 지방이 아닌 근육이 사라졌습니다.

마지막은 수면 부족과 면역계의 관계입니다. “감기 바이러스와 접촉하기 전 주에 잠을 더 적게 잔 사람일수록, 바이러스에 감염되어 감기에 걸릴 확률이 더 높았다. 평균적으로 5시간을 잔 집단은 감염률이 거의 50%였다. 일곱시간 이상을 잔 집단은 감염률이 고작 18%였다.”

이것 이외에도 잠의 혜택에 대해, 정확하게 말하면 8시간 수면의 혜택에 대해 충격적이고 재미난 내용이 많이 수록되어 있습니다.

저는 지난주 이른 여름휴가로 떠난 해외여행 기간 중 수면 문제를 정면으로 돌파해 보기로 마음먹었습니다. 예전 같으면 매일 일정을 세워 아침부터 움직여야 직성이 풀리는 사람이었지만 이번 여행은 가급적 오후에 스케줄을 잡고 자고 싶을 때까지 잤습니다.

수면측정기기 Fitbit을 손목에 차고 잠을 잤습니다. 시차 때문에 밤 12시를 넘겨 자게 되었지만, 의식적으로 잠을 많이 자겠다고 하니 평소보다 더 많이 잠을 잤습니다. 그런데 수면측정을 해보니 수면시간(잠든 시각부터 잠 깬 시각까지의 시간)과 실제 수면 시간이 달랐습니다.

예를 들면 7월 15일은 전날 밤 11시 46분에 잠들어 7월 15일 오전 8시 14분에 잠 깼으니 무려 8시간 28분을 잤습니다. 저로서는 기록적인 일입니다. 그러나 수면측정기기는 저도 모르게 깬 시간이 1시간 13분이나 되어 실제 수면시간은 7시간 15분밖에 되지 않는다고 나타내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매슈 워커가 권장하는 8시간을 실제로 자려면 수면시간은 적어도 8시간 반은 되어야 할 것 같습니다. 이렇게 하고도 사회생활이 가능할지 모르지만 매슈 워커는 단호하게 이렇게 결론 짓고 있습니다.

“겨우 100년이 지나는 사이에, 인류는 잠을 충분히 자야 한다는 생물학적 명령을 내쳐왔다. 진화가 생명에 필수적인 기능들을 위하여 340만 년에 걸쳐 완성한 필수조건을 말이다. 그 결과 선진국 전역에서 수면 단축이 일어나면서 우리의 건강, 기대여명, 안전, 생산성, 아이교육에 재앙 수준의 영향을 미치고 있다.”

여러분은 8시간을 잘 주무시고 계시나요?

이번 한 주도 웃으며 시작하세요.

2019.7.17. 조근호 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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