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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8번째 편지-여러분은 코끼리를 어떤 방법으로 드시나요

여러분은 코끼리를 어떤 방법으로 드시나요.


인터넷에 많이 돌아다니는 이야기로 이번 편지를 시작하겠습니다. 여러분 코끼리를 먹는 방법을 아시나요? 정답은 ‘한 입에 조금씩’입니다. 썰렁하다고 느끼시는 분들은 이 이야기의 핵심을 들으시면 ‘아하!’ 하실 것입니다.


이 이야기의 교훈은 실현 불가능한 목표도 잘게 쪼개어 그 쪼개진 하나하나를 실천하다 보면 달성할 수 있다는 의미입니다. 그래서 이 이야기는 특히 연초에 많이 인용되지요.


저도 드디어 코끼리를 먹었습니다. 무슨 소리냐 구요. 제가 ‘30일 동안 새로운 것 도전하기’의 일환으로 ‘매일 1시간씩 걷기’에 도전하겠다고 말씀드린 적이 있습니다. 정확하게는 1월 15일부터 매일 1시간씩 걷기에 도전하였습니다. 그리고 2월13일까지 30일간을 매일 걸었습니다. 그 후에도 계속 걷고 있고 어제까지 걸었으니 36일간 계속하고 있는 것입니다. 그런데 공교롭게도 지난 한 달간 무척 추웠습니다. 그러나 이를 악물고 걸었습니다.


아침 출근길에 걷는 것은 즐거움이었습니다. 방배동 집에서 출발하여 정보사 뒷산을 넘어 대검찰청 뒤 정수장을 거쳐 누에다리를 통과한 다음 서울지검 뒷산을 따라 걷다보면 행정법원으로 내려서게 됩니다. 그 후 교대역에서 강남역까지는 대로를 따라 걷습니다. 1시간 걸리는 이 길은 환상입니다. 서울에서 출근길에 야트막한 산길을 따라 산책하는 즐거움을 가지는 사람은 그리 많지 않을 것입니다.


강남에서 저녁 약속이 있는 날이면 역삼역에서 차에서 내려 완전무장을 한 후 역삼역, 강남역, 교대역, 서초역을 거쳐 대법원 옆길을 따라 방배중학교까지 온 다음 집으로 갑니다. 이 길도 약 1시간가량 걸리지요. 생전 처음 걸어보는 도시의 밤길에서 만나는 많은 것들은 저에게 이런 저런 생각의 실마리를 제공하지요.


일주일에 한번 이태원에서 미술공부를 할 때면 이태원에서 반포대교까지 걸어와 반포대교 아래 잠수교를 따라 차가운 공기를 맞아가며 걸어갑니다. 밤 10시경 아무도 없는 잠수교는 정적 그 자체이지만 저에게는 편안한 저만의 세상을 선사하지요. 계속 직진하면 팔레스호텔까지 당도합니다. 그 앞에서 우회전하여 서래마을 입구에서 다시 좌회전하여 방배중학교로 간 다음 집으로 향합니다.


이런 저런 사정이 있어 걷지 못한 날은 집에 와서 다시 옷을 차려입고 집 주위 동네를 한 바퀴 걷습니다. 약 1시간 정도. 이럴 때면 가끔 아내가 길동무를 해줍니다. 길을 걸으며 아내에게 하루 종일 무엇을 하였는지 묻습니다. 제 이야기 보다는 아내 이야기를 들으려고 노력합니다. 이렇게 다양한 방법으로 걷기를 하였습니다.


생각보다 30일은 긴 시간이었습니다. 중간에 포기하고 싶은 유혹이 수없이 많이 있었고 핑계 거리도 무척 많았습니다. 특히 매우 춥다는 사실이 저에게는 크나큰 핑계 거리였습니다. 그러나 300일도 아니고 30일정도 못해서야 어찌 무슨 일을 할 수 있을까 하는 심정으로 기를 쓰고 걸었습니다. 특히 월요편지를 통해 많은 분들에게 공언을 한 것도 포기할 수 없는 큰 사유가 되었습니다. 그런데 20일이 지나자 그 동안 걸은 것이 아까워서라도 포기할 수 없게 되었습니다.


제가 걸을 때의 복장은 누군가 보면 깜짝 놀라 도망칠 정도의 완전무장이었습니다. 특히 밤에는 머리에 모자를 쓰고 입도 막고 눈에는 스키 고글을 쓰고 장갑을 껴 무슨 영화에 나오는 범죄자의 모습이었습니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멋이 아니라 목표달성이었습니다.


그런데 30일간 걷고 나니 몸에 중요한 변화가 생기기 시작하였습니다. 처음에는 피곤하여 아침에 잘 일어나지 못하였습니다. 다리에 알이 배겨 잘 걷지도 못하였습니다. 그러던 것이 한 달을 걷고 나니 지금은 1시간 걷기는 싱거운 느낌입니다. 어떤 날 시간이 있으면 1시간 반 정도 걷는데 적당한 느낌이 듭니다. 그 다음으로는 기초체력이 좋아졌습니다. 일주일에 한두 번 헬스클럽에 가서 트레이너의 지도에 따라 운동을 하는데 그전에는 그 운동시간이 고욕이었습니다. 운동량을 다 소화하기가 힘들어 빨리 끝나기만을 고대하였습니다. 그런데 이제는 운동시간이 즐겁습니다. 제가 운동량을 잘 소화하고 있다는 느낌이 확실히 듭니다. 또 달라진 변화는 목욕탕의 열탕과 냉탕을 들어갈 수 있게 되었다는 것입니다. 저는 목욕탕에 가더라도 샤워만 하고 미지근한 온탕에만 잠시 들어갔다가 나오는 타입이었습니다. 열탕은 너무 뜨겁고 냉탕은 너무 추워 도저히 들어갈 엄두가 나지 않아 지금까지 그렇게 살았습니다. 그런데 시험 삼아 열탕과 냉탕에 들어가 보니 아무렇지도 않았습니다. 너무나도 놀라웠습니다. 단지 30일을 1시간씩 걸었을 뿐인데 몸이 이렇게 변할 수 있다니.


과학자들은 이야기합니다. 사람이 새로운 습관을 몸에 익히는데 30일은 걸린다고 말입니다. 그런데 그 말이 사실이었습니다. 30일을 하니 새로운 근육이 생긴 것입니다. 변화를 확연히 감지할 정도로 말입니다.


코끼리를 한입에 조금씩 먹는 방법으로 저도 ‘매일 1시간씩 걷기’라는 코끼리를 먹을 수 있었습니다.


우리는 새로운 일에 도전할 때 과연 얼마나 하여야 효과가 날까 하는 의문을 가집니다. 그 기간을 정확하게 잘 모르니 며칠 하다가 효과에 의문을 가지고 중도포기하고 맙니다. 저도 그런 일이 수없이 많았습니다. 지난해 9월부터 헬스트레이너와 일주일에 두 번씩 한 달에 최소한 8회 정도 코치를 받기로 하였습니다. 그런데 지난주 확인해 보니 매달 3-4회 정도만 코치를 받았더군요. 이런저런 핑계로 빠진 것입니다. 등록만 하고 며칠 다니다가 그만둔 학원도 제 평생에 수십 번은 될 것입니다. 여러분은 어떠신가요. 그런데 30일이란 기간이 효과를 가져 오는 기간이었습니다. 


 저는 장난삼아 저에게 축하패를 주기로 하였습니다. <축하패/ 조근호/ 당신은 ‘30일 동안 새로운 것 도전하기’ 프로젝트 첫 번째 시도로 2012.1.15부터 2.13까지 ‘매일 1시간 걷기’를 달성하신 것을 축하드립니다. 2012.2.14 조근호>


저는 두 번째 ‘30일 동안 새로운 것 도전하기’로 ‘매일 팔굽혀펴기 100번, 윗몸일으키기 100번’을 정하고 5일째 실천하고 있습니다. 이미 말씀드린 대로 매일 1시간씩 걷기와 병행해서 말입니다. 매일 1시간씩 걷기는 이제 그만해도 되지만 습관이 되어 계속하려는 것입니다.


여러분에게도 먹어야 할 코끼리가 있으신가요. 그 코끼리를 먹는 방법은 30일간 한입씩 먹는 것이 최고의 방법입니다. 아니 유일한 방법입니다.


이번 한 주도 웃으며 시작하세요.


2012.2.20. 조근호 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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