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402번째 편지 - 402번째 편지를 469번째 편지로 카운트 하면서

 

지난주 월요편지 [월요편지를 계속 써야 하는지에 대한 고민]을 읽으시고 많은 분들이 분에 넘치는 댓글을 달아 주셨습니다. 제가 그런 댓글을 받을만한 자격이 있는지 깊은 의문이 들지만 그 응원은 [조근호] 개인에 대한 응원이 아니라 [조근호 변호사의 월요편지]라는 소통 채널에 대한 응원이라고 생각하고 한없이 감사드립니다.

저는 검찰을 떠나 살면서 모토로 '세상에 잘 스며들어 살자'로 정하였습니다. 누구의 앞에 나서거나 누구의 눈에 뜨이지 말고 그저 길가의 풀 한 포기나 돌멩이처럼 평범한 삶을 살자고 다짐하였습니다. 사실 그 마음은 지금도 변함이 없습니다. 그런데 현직 때부터 써오던 월요편지와의 연을 끊지 못하는 바람에 다짐과는 달리 또 드러나고 말았습니다. 그러나 될수록 제한된 범위에서 소통하려 합니다.

지난주 월요편지에 대한 댓글 몇 개를 공유하고 싶습니다.

"월요편지 애독자입니다. 부디 부담 갖지 마시고 앞으로도 쭉 많은 이야기해주세요. 일하면서 바쁘고 지칠 때마다 큰 위안과 위로 그리고 꿈이 됩니다. 저도 나이가 들어도 조 변호사님처럼 꺼지지 않는 가슴속 불씨를 간직한 사람이 되었으면 합니다."

"독자를 의식하지 마시고 계속 써 나가셨으면 좋겠습니다. 도움이 되건 부담이 되건 그건 독자들의 몫이니까요. 저 개인적으로는 많은 도움이 되고 있습니다. 때로는 생각이 비슷하고 때로는 다르지만 어느 쪽도 저에게는 좋게 적용이 됩니다."

"뭔가에 끊임없이 도전해 나가는 모습에 부러움이 많고 또 저에게도 새로운 열망을 불어 넣어 주곤 합니다. "

"댓글은 처음 남겨보는 거 같네요. 첫 제목을 보고 안 쓰시려나 하는 생각이 들어 걱정하며 읽다가 결론 보고 다행이란 생각이 드네요. 어느새 월요일에 월요편지를 보는 것이 저의 매주 살아가는데 쏠쏠한 하나의 즐거움으로 남아있습니다. 500번째, 1000번째까지 계속되는 월요편지가 됐으면 하네요."

"저는 살 만큼 살아온 70대입니다. 그래도 월요일 오후가 되면 컴을 열고 메일을 살피며 변호사님의 편지가 도착 되었는지 살피며 기다리는 즐거움으로 살아갑니다. 사람에게 주는 감동의 글이 뭐 그렇게 대단한가요. 그냥 살아가며 일상에서 느끼고 보고 체험하는 시간들을 표현하는 글이면 충분하다고 생각하는데. 분칠하지 마세요. 오히려 화장하지 않은 민낯의 글이 더욱 감동을 주니까요."

응원을 해주신 모든 분들께 감사드립니다. 이처럼 댓글을 달아주신 분들도 계시고 마음속으로 응원해 주신 분도 계실 것입니다. 모두가 저에게는 분에 넘치는 영광입니다. 진심으로 다시 한번 머리 숙여 감사드립니다.

오늘부터 새로이 쓰는 기분으로 월요편지를 시작하렵니다. 월요편지는 2008년 3월 24일 대전지검장으로 부임하면서 처음 쓰기 시작하였습니다. 그 후 대전지검장으로 42통, 북부지검장으로 25통, 부산고검장으로 73통, 법무연수원장으로 26통을 써서 검찰에 있을 때 모두 166통의 편지를 썼습니다. 그리고 변호사가 되어 지난주까지 모두 302통의 편지를 썼습니다. 그러니 오늘 월요편지는 469번째 월요편지입니다. 그런데 제 월요편지 사이트 일련번호로는 402번째일 것입니다.

이렇게 차이가 나게 된 것은 월요편지 홈페이지를 부산고검장 시절에 만들면서 그 이전의 67통의 편지를 카운트하지 않고 부산고검장 시절 편지부터 1번으로 삼았기 때문입니다. 사실 오늘 편지가 몇 번째 편지이냐는 것이 무슨 대수이겠습니까? 그러나 좁은 소견에 이 불일치가 늘 찜찜하였습니다. 언젠가 67통을 전체 월요편지 카운트에 편입시켜야 하는데 하는 생각을 하고 있었습니다. 오늘이 그 기회 같습니다. 새로이 월요편지를 쓰는 기분으로 시작하니 이것도 이참에 바로 잡겠습니다. 따라서 오늘 월요편지가 469번째 월요편지가 됩니다. 이러고 보니 500번째가 훌쩍 가까이 다가왔습니다.

글과 글을 쓰는 사람은 다릅니다. 아무리 자신을 그대로 드러낸다고 하더라도 자신이 가진 모든 허물을 다 드러낼 수는 없으니까요. 또 오늘의 허물은 드러내 반성할 수 있지만 과거의 허물까지 다 드러낼 수는 없을 것입니다. 또 그럴 기회도 별로 없고요. 그런 의미에서 제 월요편지와 저를 분리해 생각해 주시기를 부탁드립니다. 물론 제가 매주 쓰는 월요편지는 제가 약속하고 독자들께서 응원해 주신 대로 민낯으로 쓸 것입니다. 그러나 본질적으로 저의 이미지와 월요편지의 이미지는 독립적일 수밖에 없습니다.

저는 가끔 지난 월요편지를 읽으며 월요편지대로 살아가지 못하는 제 자신을 발견하고 저 자신의 한계를 절감하곤 합니다.

월요편지를 쓸 당시에는 진지하고 솔직하였지만 그 상황은 이내 곧 무너져 버리고 지금은 '아 옛날이여'가 되어 버린 일이 한둘이 아닙니다. 제가 검찰을 떠나 변호사가 되면서 평생 지키겠다고 다짐한 [을의 4가지 법칙]이 있습니다. 요즘도 강의할 때면 늘 언급하는 내용입니다.

"1. 모든 연락에 바로 응답한다. 2. 언제 만나자고 하면 바로 날짜를 잡는다. 3. 약속 15분 전에 도착한다. 4. 끝에서 두 번째 자리에 앉는다."

2,3,4번은 비교적 잘 지켜내고 있지만 1번은 그러지 못한 것 같습니다. 이런 것이 한둘이 아니고 보면 과연 월요편지에서 이러이러한 일을 하고 지낸다고 이야기하는 것이 적절한지 고민이 되기도 합니다. 한평생을 계속한 일도 아닌 그저 일정 기간 한 일을 가지고 마치 자신의 습관이거나 철칙인 것처럼 독자들에게 제시하는 것이 위선이 될지 모른다는 생각을 하기도 합니다.

그러나 그것마저도 독자의 몫으로 남겨두어야 할 것 같습니다. 그런 나약하고 부족한 존재가 인간이고 저도 그런 평범한 존재 중 하나이니까요. 사실 월요편지는 본질적으로 저 자신에 대한 다짐이요, 채찍질입니다.

오늘 이런저런 넋두리를 하였습니다. 앞으로도 계속 월요편지를 읽어 주시는 독자분들께서 월요편지가 가진 이런 한계를 기억해 주셨으면 합니다.

이번 한 주도 웃으며 시작하세요.

2017.6.12. 조근호 드림


추신 : 제 책 '당신과 행복을 이야기 하고 싶습니다' 홍보 동영상이 나왔습니다. 널리 홍보해 주세요. 수익금은 좋은 곳에 쓰려고 합니다. 

 



















트위터 페이스북 카카오톡
처음글 목록으로 마지막 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