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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93번째 편지 - 행복마루 전직원의 첫 해외 행복여행

 



2017년 4월 9일 저녁 9시 일본 오키나와 마하이나 웰니스 리조트 318호실에 행복마루 직원 25명이 한자리에 모였습니다.

창문 밖에서 불어오는 오키나와의 밤바람은 상큼함 그 자체입니다. 약간 어두운 조명은 이 시간의 분위기에 딱 맞는 조도입니다. 이용훈 상무가 선곡하는 힙합재즈 선율에 맞추어 누구라 할 것 없이 몸을 흔듭니다. 각자 옆 사람과 수다를 떱니다. 누구의 눈치를 볼 것 없습니다. 그저 즐기기만 하면 됩니다. 오리온 맥주의 목 넘김이 부드럽습니다.

"상무님 선곡이 예사롭지 않습니다. 혹시 옛날에 음악 하셨나요." 장재혁 부장의 갑작스러운 질문에 이 상무는 머뭇머뭇하다가 과거를 실토하였습니다. "응, 대학교 다닐 때 밴드에서 기타를 쳤었지." "와우, 그때 주로 무슨 곡을 연주하셨나요." "딥퍼플의 하이웨이 스타가 기타 연주하기 어려운 곡이었는데 그것을 많이 연주했지."

이 상무는 유튜브에서 그 곡을 찾아 틀었습니다. 중간에 기타 독주가 나오자 "그래 바로 이 부분이야, 연주하기 어려운 부분"하며 잠시 그 시절을 회상하였습니다. 음악과 이야기로 꽃을 피우며 1시간이 지났습니다.

"자, 이제 공식 주제 이야기 좀 할까요." 우리를 꿈에서 깨운 것은 박명찬 본부장이었습니다. "오늘 공식 주제는 이번 여행 소감과 내년 여행을 어디로 갈까입니다. 먼저 대표님 건배사 듣고 시작하겠습니다."

"이런 순간에 건배사 하면 재미없어요. 자 한잔합시다."

"그러면 앉은 순서대로 이야기해 볼까요."

맨 먼저 지명받은 김덕희 과장이 말문을 열었습니다.

"너무 좋았습니다. 직원들이 함께 여행을 오니 정말 재미있습니다. 평소 각 사이트에 흩어져 잘 모르고 지냈는데 이렇게 모이니 서로를 알 수 있어 참 좋았습니다. 내년에도 당연히 가는 건가요. 이번 여행 2박 3일은 좀 짧은 것 같습니다. 3박 4일은 어떤가요."

여기저기에서 환호성이 터졌습니다. 순서대로 모두 한마디씩 하였습니다.

"내년에는 일본 홋카이도를 가면 좋겠습니다. 날짜는 3박 4일이면 좋겠고요." "이번에는 관광 위주라 일정이 좀 타이트한 것 같습니다. 내년에는 좀 여유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태국 푸켓의 좋은 리조트에서 푹 쉬면서 힐링하면 어떨까요." "힐링도 좋지만, 리조트에만 있으면 어느 나라나 다 비슷하니 관광도 좀 하면 좋겠습니다."

의견이 봇물 쏟아지듯 터져 나옵니다.

"대표님이 평소 꿈을 크게 꾸자고 하셨습니다. 저는 내년에는 하와이를 추천합니다." "와우, 그러면 두바이 어떨까요. 꼭 가보고 싶습니다." "저는 아이 때문에 주말을 끼지 않고 여행 갔으면 좋겠습니다. 욕심 같아서는 화,수,목,금. 흐흐흐." "저는 화요일 안돼요. 아이 학교에서 하교시켜야 해서 수요일부터는 어때요."

모두 까르르 웃었습니다.

밤바람은 우리를 홋카이도, 푸켓을 거쳐 하와이로 드디어 두바이까지 데려다주었습니다. 어딘들 못 갈까요. 꿈이 있으면 가능할 것입니다. 직원들의 이야기가 이어지는 사이 잠시 이번 여행을 회상해 보았습니다.

토요일 아침 7시 반 인천공항에 모였을 때부터 모두들 한껏 들떠 있었습니다. 2011년 회사를 만들고 처음 전 직원이 해외여행길에 나선 것입니다. 티켓팅을 하고 입국장에 들어서자 모두들 면세점으로 향했습니다. 아침 식사를 하자는 저의 제안에 동참한 사람은 단 두 명. 식사보다 쇼핑이 더 즐거운 모양입니다. 2시간의 비행 끝에 일본 오키나와 나하 공항에 도착했습니다. 서울보다 확실히 더웠습니다. 날씨를 걱정하였지만 맑은 날씨입니다.

오랜만에 가이드의 깃발을 보았습니다. 젊을 때 한참 깃발 여행을 쫓아 다니다가 요즘은 주로 리조트에서 푹 쉬는 여행을 많이 하였는데 이번에는 깃발 여행입니다. 그러나 다른 일행 없이 행복마루 직원만의 깃발 여행이라 마음은 편안합니다. 토요일, 일요일 이틀간 퍽 여러 곳을 깃발 여행하였습니다. 원래 깃발 여행은 볼 거리는 많지만 그다지 재미있지는 않습니다. 그러나 이번 여행은 다릅니다. 어디를 가나 까르르 웃음소리가 끊이지 않습니다.

사진찍기만으로도 이렇게 재미있을 수 있다는 것을 이번에 알았습니다. 저희 나이 때가 되면 여행 가서 사진 찍자고 하면 대개 모델하기를 꺼려합니다. 그러나 이번은 달랐습니다. 두 명이 같이 사진을 찍으려 하면 어디선가 "나도요"하고 뛰어와 금세 5, 6명이 됩니다. 포즈에 대한 주문도 다양합니다. "손을 올려라, 화이팅을 해라, 입을 크게 벌려라, 서로 다른 곳을 보아라, 손 하트를 그려라. 미스코리아처럼 포즈를 취해라." 직원들과 가는 여행이 이렇게 즐거울 수 있다는 것을 미처 알지 못하였습니다.

잠시 이틀간의 추억에 잠겨있다가 다시 이야기에 집중하였습니다.

"저는 이번 여행이 완소 여행이었습니다." 저는 잠시 '완소'가 뭔가 고민하였습니다. 이야기의 맥락을 보니 '완전히 소중한'이라는 뜻이었습니다. 김재현 과장은 이야기를 이었습니다. "아까 해변에 누워 듀스의 [여름 안에서]를 들으면서 너무 행복했습니다. 이 순간이 영원하였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였습니다."

모두의 이야기는 조금씩 달랐지만, 마음은 하나였습니다. "행복하다"였습니다.

제 차례가 되었습니다.

"오래전 친구 부인이 펩시콜라 한국지사에 다녔는데 연말이면 전 직원이 함께 해외여행을 간다고 했습니다. 그것이 너무 부러웠습니다. 나도 훗날 회사를 만들면 그런 여행을 하리라 꿈꾼 적이 있었습니다. 2011년 10월 회사를 창립하고 6년만에 그 꿈이 이루어졌습니다. 이번 여행을 준비할 때 제가 박명찬 본부장께 드린 지침은 단 하나였습니다. '아무 부담 없이 그저 놀고 옵시다. 세미나 같은 것 하지 맙시다.' 회사가 적자만 안 나면 매년 가겠습니다. 며칠 여행할까, 어디로 갈까는 다 예산에 비례하는 것입니다. 그러니 미리 예산을 정하면 좋겠습니다. 이익의 몇 %는 해외여행경비로 책정하면 좋겠습니다. 그 돈이 많으면 누가 이야기한 두바이도 당연히 갈 수 있겠지요.

저는 이번 여행을 하면서 또 하나의 엉뚱한 꿈을 가졌습니다. [모두가 1년 중 한 달을 몽땅 휴가 가는 회사.] 휴가 일수 합계가 30일이 아니라 학교 방학처럼 한 달을 전부 쉴 수 있는 회사 말입니다. 지금 생각하면 불가능하게 느껴집니다. 그러나 꿈을 가지면 언젠가는 가능할 것입니다. 우리는 늘 행복을 꿈꿉니다. 그러나 그 행복은 늘 미뤄지지요. 언제 온전히 행복한 시간이 올까요. 바로 '여행'입니다. 서울대 최인철 교수는 여행은 '행복의 종합선물세트'라고 하였습니다. 휴가 한 달을 모두 여행하는 날이 오면 얼마나 행복할까요.

이번 여행은 행복마루가 만드는 또 다른 문화의 시작입니다. 제가 만드는 것이 아니라 우리 모두가 만드는 것입니다. 우리 회사 명칭에 행복이 들어갑니다. 그 행복이라는 명칭에 걸맞게 행복의 종합선물세트인 여행을 우리 회사의 고유한 문화로 만들어 봅시다."

모두 환호성을 올렸습니다.

밤새도록 놀겠다는 직원들을 뒤로하고 방으로 돌아오는 길에 문득 다시 한번 [모두가 1년 중 한 달을 몽땅 휴가 가는 회사]를 생각해 보았습니다. 제가 1992년 연수 갔던 스페인 사람들은 1년 중 한 달을 휴가 갑니다. 절반은 7월, 절반은 8월에 휴가 갑니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그 한 달을 위해 11개월을 일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당시에는 이해할 수가 없었습니다. 게으르다는 생각마저 했습니다. 그러나 많은 공부를 하고 나니 그것이 바로 인생이었습니다. 11개월을 노예처럼 일하고 1개월을 귀족처럼 사는 사람들. 일반인들의 삶에도 이런 귀족 같은 시간이 허락된 나라. 그것이 우리가 꿈꾸는 나라입니다. 저는 그런 꿈을 우리 회사 행복마루에서 실현하고 싶은 것입니다.

저희 회사 명칭 행복마루와 저의 경영철학 행복경영에 나오는 그 행복이 추상적 구호가 아니라 구체적 실천이 되길 기원해 봅니다.

여행하는 바람에 월요편지가 화요편지가 되었습니다.

이번 한 주도 웃으며 시작하세요.

2017. 4. 11. 조근호 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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