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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73번째 편지 - 4차 산업혁명 이후는 무엇이 키워드일까요?

 

"'4차 산업혁명 이후의 화두는 무엇일까요?' 내가 얼마 전 회사의 기술진들에게 던진 질문이에요. 사실 우리나라는 4차 산업혁명과 관련된 글로벌한 기업을 가지고 있지 못한 상황이에요.

그래서 넥스트 4차 산업혁명을 미리 고민하자는 의미였습니다. 그러면서 이렇게 생각해 보자고 힌트를 주었어요. 넥스트 4차 산업혁명의 키워드가 무엇이 될지 고민하면 어렴풋이 답을 찾을 수 있을지 모른다고요. "

얼마 전, 젊은 스타트업 기업인 몇몇과 제주도를 방문했을 때 그들의 멘토인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전문경영인께서 던진 한마디였습니다. 모두 머리가 멍해졌습니다. 이제 4차 산업혁명을 간신히 이해하고 공부하고 있는데 넥스트 4차 산업혁명이라니. 너무 먼 이야기가 아닐까요.

"그러면 회장님께서 생각하는 시기별 산업혁명의 키워드는 무엇인가요?"

"내가 생각하기에 1차 산업혁명의 키워드는 [파워 Power]라고 생각돼요. 1차 산업혁명이 증기기관으로 상징되는 것을 보면 쉽게 알 수 있죠. 2차 산업혁명은 석유와 전기로 상징되는 [에너지 Energy]가 키워드 아닐까?"

그러고 보니 파워와 에너지 시대에는 우리 대한민국은 끼어들 틈이 없었던 것 같습니다. 대한민국이 경제발전을 시작한 1970년대 이전 이야기이니까요. 그래도 다행히 그 시대를 상징하는 기업 몇몇을 대한민국도 뒤늦게나마 보유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한전, 포스코, 현대자동차 등이 1, 2차 산업혁명과 관련이 있는 산업이 아닐까요? 그러고 보니 2019년 우리는 1, 2차 산업혁명 시대의 대표적인 키워드인 [파워], [에너지]와 공존하고 있는 셈입니다.

"3차 산업혁명의 키워드는 맞출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이때 같이 자리한 후배들이 이구동성으로 "[디지털 Digital]"이라고 답변하였습니다. [파워], [에너지], [디지털]. 이렇게 키워드를 나열하고 나니 시대가 확연히 구분되었습니다.

"디지털 시대에 드디어 대한민국은 세계적인 글로벌 기업을 보유하게 되었지요. 삼성전자입니다. 반도체와 핸드폰 두 가지 모두 디지털 시대의 대표 상품이지요. 1, 2차 산업혁명기에 일제 식민지던 대한민국이 3차 산업혁명기에 그 시대를 대표하는 글로벌 기업을 가진 것은 기적이지요."

"4차 산업혁명기의 키워드는 무엇인가요."

"4차 산업혁명을 대표하는 많은 기술이 있습니다. 누구는 AI, 누구는 Cloud, 누구는 IoT를 이야기합니다. 나는 모든 것을 아우를 키워드는 [데이터 Data]라고 생각합니다. 4차 산업혁명은 데이터 시대입니다."

산업혁명을 키워드로 설명하는 방식은 점점 재미있어졌습니다. 문제는 넥스트 4차 산업혁명의 키워드가 무엇인가 하는 것입니다.

"무엇이 키워드가 될지는 나도 모릅니다. 여러 가지 단어를 상정하고 고민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최근 들어 머리에 떠오른 단어가 있습니다. [휴먼 Human]입니다. 구체적인 근거는 없지만 그런 생각이 듭니다."

저는 이 말을 들으며 '유발 하라리'의 [호모데우스]가 생각났습니다. 하라리는 인본주의 시대가 끝나고 데이터가 지배하는 세상이 올 것이라고 예측하면서 데이터가 종교화되어 데이터 교가 탄생한다고 보았습니다. 결국 [호모사피엔스]는 '인간' [호모 Homo]와 '신' [데우스 Deus]가 결합되어 [호모데우스 Homodeus]로 업그레이드된다는 가설입니다.

그런데 4차 산업혁명 이후 시대의 키워드가 [휴먼]이 될 것이라는 주장은 하라리의 예측과는 거리가 먼 한가한 이야기처럼 들렸습니다. 그런데 순간 재미난 생각이 떠올랐습니다. 그래서 일행들에게 소개하였습니다.

"인류 역사는 세상의 작동 원리가 궁금한 인간이 그 원리를 '어디'에서 찾는가의 과정인 것 같습니다. 소크라테스 이전 그리스에서는 인간은 신의 세계에서 원리를 찾았습니다. [그리스 신화]입니다. 소크라테스와 플라톤이 등장하면서 인간에게서 찾았습니다. [그리스 철학]입니다.

그 후 천년의 [하나님] 시대에는 인간 밖에 있는 신에게서 그 원리를 찾습니다. 이어 르네상스 시대에는 인간이 사고의 주인이 됩니다. 역사는 [Non-Human]과 [Human] 사이를 반복하고 있습니다.

그리스 신화의 [Non-Human], 그리스 철학의 [Human], 기독교의 [Non- Human], 르네상스의 [Human]. 인류 역사는 '불변'의 [Non-Human]과 '변덕쟁이' [Human] 사이를 오가고 있는지도 모릅니다."

"인류의 역사를 거칠게 설명하고 있지만 인사이트는 있는 것 같아요. 과학의 시대는 어디에 해당하나요. 특히 산업혁명 시기는 [Non-Human] 시기인가요? 아니면 [Human] 시기인가요?" 한 후배가 캐묻습니다.

"제 생각에는 산업혁명이 성숙하면서 점점 [Non-Human] 시대가 되고 있습니다. 1차부터 3차의 키워드 [파워], [에너지], [디지털]을 보면 모두 [Human]의 한계점을 보완하는 기술이었지 [Human]을 대체하는 기술은 아니었습니다. 아직은 중심이 [Human]에게 있었습니다.

그런데 4차 산업혁명이 시작되면서 상황이 달라졌습니다. [데이터]는 [Human]을 보완해 주는 데 만족하지 않고 그 스스로 신의 경지로 오르려 하고 있습니다. 유발 하라리가 지적한 것이 바로 그것입니다. 이제 인류는 다시 자신이 가진 능력을 발휘할 것입니다. [Non-Human]화하고 있는 세상을 다시 [Human] 중심 세상으로 돌려놓을 것입니다."

"이 [Human]이 회장님이 말씀하신 넥스트 4차 산업혁명 시기의 키워드인 [Human]과 같은 의미인가요?"

"저는 그렇게 생각되어 이 거대 담론을 이야기하고 있는 것입니다. 혹시 인류 역사에 대한 제 가설이 맞는다면 인류는 이제 [Non-Human] 시대를 통과하여 [Human] 시대로 나가는 중입니다."

"와! 형님, 논리가 거창하시네요. 그런데 회장님 말씀과 형님 말씀을 함께 들어보니 인간적인 희망이 느껴지네요. 데이터에 주도권을 빼앗긴 것 같은 세상이었는데 주도권이 인간에게로 복귀한다는 말씀이네요."

저는 이 이야기를 일주일째 곱씹고 있습니다. 왜 머릿속에 이런 생각이 떠올랐을까요? [Non-Human]과 [Human] 모두, 인간이 만들어 낸 것 아닌가요? 저는 이런 잠정적인 결론을 내렸습니다.

인간은 한편으로는 불변의 [Non-Human]를 추구한 반면, 한편으로는 변덕의 [Human]을 간직해 왔기 때문이 아닐까요? 4차 산업혁명도 좋고 AI도 좋은데 세상을 보다 근본적으로 이해하려면 한 번쯤은 이런 거대 담론을 생각해 보아야 하지 않나 하는 생각을 해봅니다.

여러분의 마음을 편하게 해드리려고 쓴 오늘의 월요편지가 혹시 여러분의 마음을 산란하게 해드리고 있는 것은 아닌지 걱정이 되기도 합니다.

이번 한 주도 웃으며 시작하세요.

2019.6.24. 조근호 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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