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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1번째 편지-기다림의 미학, 데드 워밍과 30초 규칙

기다림의 미학, 데드 워밍과 30초 규칙

 데드 워밍이라고 들어 보셨나요. 영어로는 Dead Worming, 번역하면 죽어가는 먹잇감으로 하는 낚시법이라는 뜻입니다. 일본식 영어로 낚시에서 나오는 용어입니다. 저는 낚시를 할 줄 모릅니다. 초임검사 시절 같은 방 계장님을 따라 민물낚시를 갔다가 기다리는 것이 하도 지겨워 다시는 낚시를 하지 않겠다고 결심한 기억이 납니다. 그러나 오히려 그 기다림이 좋아 낚시에 열광하시는 분들도 매우 많은 것 같습니다. 제가 서울 남부지검에 근무할 때 어는 선배 검사님은 특별 수사로 밤을 꼬박 새우고도 그 다음날 저녁 퇴근하면서 밤샘낚시를 하러 가시는 것을 보았습니다.

낚시에 문외한인 제가 우연한 기회에 데드 워밍이라는 용어를 접하였습니다. 데드 워밍은 ‘베스’라는 약은 물고기를 잡기 위해 일본 낚시 프로들이 개발한 낚시기법입니다. 베스는 겨울이 되면 웬만해서는 미끼를 잘 물지 않는다고 합니다. 생체 에너지가 부족하여 움직임이 둔해지므로 움직임이 빠른 먹잇감에 대해서는 무관심해지는 것입니다. 따라서 눈앞에서 빠른 속도로 왔다 갔다 하는 작은 물고기는 자신의 공격대상이 아닙니다. 대신 거의 죽은 것 같은 그러나 죽지는 않는 그래서 움직임이 아주 둔한 작은 물고기가 자신의 먹잇감이 되는 것입니다. 적은 힘을 들여 먹이를 잡는 이치입니다. 베스의 이런 습성을 이용하여 낚시 프로들은 낚시 바늘에 미끼를 꽂아 낚시 줄을 바닥까지 드리운 후 바닥에서 살짝 띄워 베스 눈높이에 미끼를 위치시키고 마치 미끼를 거의 죽어가는 작은 물고기처럼 보이게 합니다. 10분 이상을 기다리다가 살짝 쳐줍니다. 그리고 또 기다립니다. 이렇게 지겨울 정도로 기다리는 것이 데드 워밍입니다. 낚시를 기다림의 미학이라고 표현합니다만 데드 워밍은 그중에서도 가장 극한의 미학입니다.

개인마다 성격이 다 달라 장점이 있는가 하면 단점이 있습니다. 같은 성격도 보는 방향에 따라 장점도 되고 단점도 되지요. 저는 성격이 급합니다. 그래서 일처리는 비교적 빠릅니다. 그것이 오늘의 저를 있게 한 원동력이기도 할 것입니다. 반면에 느긋하게 기다리지 못하고 조급합니다. 그래서 낚시를 하지 못하는 것입니다.

월급쟁이 시절을 청산하고 월급을 주는 입장이 되어보니 모든 것이 새롭게 느껴지고 마음이 더 급해집니다. 변호사 사무실이 초기라 일거리도 많고 바쁘게 돌아가지만 여전히 걱정거리가 많고 마음이 조급합니다. 신경 쓸 일이 한두 가지가 아닙니다. 옆에서 변호사 업무는 100미터 달리기가 아니라 마라톤이라고 이야기 해주시지만 머리로만 이해가 될 뿐 가슴까지 내려가는데 시간이 필요한 모양입니다.

이런 저에게 데드 워밍은 많은 시사점을 줍니다. 공교롭게 계절도 추운 계절로 접어들고 있습니다. 모든 만물의 생체 에너지가 떨어지는 시기에 데드 워밍은 꼭 필요한 기술이 아닌가 싶습니다.

 ‘성공을 원하면 기다림을 배워야 한다.’ 마시멜로 이야기의 저자 호아킴 데 포사다의 주장입니다. ‘마시멜로의 이야기’ 책에 나오는 유명한 실험이야기입니다. 주인공 조나단이 네 살 무렵 스탠퍼드 대학교에서 600명의 아이들을 상대로 실험을 하였습니다. 아이들을 각각 다른 방에 한 명씩 넣고 상냥한 아가씨가 들어와 마시멜로를 한 개 주면서 15분 후에 내가 다시 들어올 때까지 먹지 않고 참고 있으면 1개를 더 상으로 주겠다고 이야기 합니다. 실제로 15분 후까지 마시멜로를 먹지 않은 아이들은 상으로 한 개씩 더 받았습니다. 10년 후 이 실험에 참가한 아이들을 수소문하여 그중 200명을 찾아 15분을 기다린 아이들과 기다리지 못한 아이들을 비교 분석하였더니 15분을 기다린 아이들이 그렇지 않은 아이들 보다 학업성적도 뛰어나고 친구와의 관계도 더 좋았으며 스트레스도 더 잘 관리하고 있었다고 합니다.

저자는 덧붙여 이런 이야기를 우리들에게 해줍니다. ‘무작정 참고 기다리는 것은 눈앞의 마시멜로를 먹어치우는 것과 다르지 않다. 내일의 성공은 오늘 어떤 준비를 하느냐에 따라 결정된다.’ ‘인생은 늘 끊임없이 결정의 순간을 갖고 있지. 30초 규칙이란. 어떤 일을 결정해야 하는 순간에 섰을 때 딱 30초만 더 생각하라는 것일세. 이 결정이 내 삶과 일에 어떤 영향을 미칠 것인지 신중하게 판단해 보라는 것이지. 이 30초의 짧은 순간이 인생을 결정적으로 뒤바꿀 수도 있다는 사실을 결코 있지 말게.’

가혹할 정도로 지루한 데드 워밍에서 짧지만 의미 있는 30초 규칙까지 공통적인 것은 기다림입니다. 저는 인생 2막을 출발하면서 1막과는 다른 자세로 달려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쾌도난마식의 자세보다는 느긋하고 여유 있게 기다림의 미학을 음미하는 자세로 살아보렵니다. 하루아침에 삶의 자세와 패턴을 바꾸기는 어려울지 몰라도 이 역시 기다림의 미학으로 극복해 보렵니다.

여러분은 기다림에 대해 어떤 생각을 가지고 계신가요.

이번 한 주도 웃으며 시작하세요.

2011.10.24. 조근호 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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