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372번째 편지 - 5년전 신문을 읽어보니...

 

매일매일 새롭고 충격적인 뉴스가 지면을 장식하고 있습니다. 하루 종일 뉴스의 늪에서 허우적대다가 밤을 맞이합니다. 훗날 역사가들은 지금을 대한민국의 격변기 중 하나로 서술할 것입니다. 1980년 서울의 봄이 기억납니다. 대학교 4학년 때 서울역 광장과 서울대 아크로폴리스 광장에 서 있었던 날을 기억합니다. 마찬가지로 요즘 주말마다 촛불집회에 참석하는 사람들은 먼 훗날 이날을 기억하며 "나는 역사의 현장에 서 있었다"고 회상할 것입니다. 소용돌이치는 역사의 한가운데 서 있으면 역사의 물줄기를 제대로 보기 어렵습니다. 저만치 떨어져야 그 흐름을 읽어 낼 수 있다는 것이 역사적 진리 중 하나입니다. 지금의 역사를 어떻게 읽어야 할까요. 이 역사는 어떻게 흘러갈까요. 그 해답을 알지는 못합니다. 아마 누구도 그 해답을 안다고 섣불리 말하지 못할 것입니다. 그러나 지나간 역사에서 그 실마리를 읽을 수 있을 것입니다.

저는 2000년 2월부터 2년간 대통령 비서실에서 근무하였습니다. 그때도 하루하루가 전쟁이었고 전투였습니다. 당시 저는 공무원으로서 무엇을 미리 준비하여야 할지 고민하였습니다. "역사는 반복된다"는 명제를 떠올리며 임기 5년제 대통령제하에서 우리나라 역사는 5년 주기로 반복될 것이라는 가설을 세우고 5년 전 신문을 매일매일 보기로 하였습니다.

당시 신문 축쇄판이라는 것이 있었습니다. 일간신문 사이즈를 줄여 1년 치를 편철하여 책자로 만든 것입니다. 요즘은 PDF 파일 형태로 보관을 하니 축쇄판이 필요 없지만 그 당시는 그것이 유일하게 지나간 신문을 볼 수 있는 방법이었습니다. 여직원에게 매일 5년 전 신문을 펼쳐 놓으라고 하였습니다. 예를 들면 오늘이 2016년 11월 7일이니 2011년 11월 7일 자 신문을 책상 위에 펼쳐 놓으라고 한 것입니다. 저는 출근하면 오늘 자 신문을 보면서 동시에 5년 전 신문을 같이 보는 것입니다. 그런데 놀랍게도 5년 전 신문은 마치 오늘 신문처럼 많은 부분에서 동일하였습니다. 그 동일성 때문에 깜짝깜짝 놀란 날이 하루 이틀이 아닙니다. 저는 그 5년 전 신문을 보고 국정의 방향을 예측하여 수십 가지 보고를 하였습니다.

어제 저는 5년 전이 궁금해 2011년 신문을 펼쳐 들었습니다. 이번에는 축쇄판이 아닌 PDF 신문을 보았습니다. 5년 전 2011년 11월 7일부터 2012년 12월 19일 대통령 선거일까지의 신문을 대통령 선거를 중심으로 훑어보았습니다.  



2011.11.29자 신문은 11.22자 여론조사 결과를 전하면서 박근혜가 안철수와의 양자대결에서 11.7% 뒤진다고 보도하였습니다.

2011.12.23자 신문은 12.22자 대선에서 지지할 후보 여론조사 결과를 보도하면서 안철수 28.4%, 박근혜 28.1%, 문재인 6.3%라고 전하고 있습니다.

2011.12.28자 신문은 "대선 2년 전 지지율 1위라고 대통령이 되는 것은 아니다"는 견해와 "대선 2년 전까지 대선주자 명단에 이름 올린 사람 중에서 대통령이 나온다"는 견해를 소개하였습니다.

2011.12.31자 신문은 유권자들이 대선 지지 후보를 결정할 때 가장 고려할 사항으로 첫째 국민과의 소통 능력을 37.3%로 꼽았고 그다음으로 국가경영능력을 36.2%, 도덕성을 15.4%로 꼽았다고 보도하였습니다. 국민과의 소통 능력 부문에서 안철수가 42.8%, 박근혜가 30.9%의 지지를 받았습니다.

2012.1.17자 신문은 문재인의 TV 예능 프로 출연과 전당대회에서 친노세력의 약진을 계기로 문재인에 대한 지지도가 5.9%에서 14.6%로 급등하여 박근혜 27.3%, 안철수 25.8%, 문재인 14.6%로 나타났다고 보도하였습니다. 아울러 양자대결에서는 여전히 안철수가 53.3%로 박근혜의 36.9%를 압도하고 있다고 하였습니다.

2012.2.1자 신문은 문재인이 안철수를 처음 역전하였다고 보도하고 있습니다. 박근혜 35.4%, 문재인 25.3%, 안철수 22.7%입니다.

2012.3.5자 신문은 안철수의 제3 후보론에 회의를 보이면서 이인제 전 대통령 후보의 경험담을 소개합니다. "국민 지지 하나 믿고 (신한국당을) 뛰쳐나갔다. 대선 두 달 앞두고 신당을 만들었을 때 여론조사에서 내가 38%로 1위, 김대중 후보가 36%로 2위, 이회창 후보가 17%로 3위였다. 여야 양쪽이 융단폭격을 퍼부었다. 일주일 만에 지지율이 20%로 반 토막 났다. 대선은 세력 대(對) 세력 싸움이다. 제3 후보에게 모였던 국민 지지는 순식간에 흩어진다."

2012.6.26자 신문은 양자대결에서 박근혜 47.5%, 안철수 44.3%이고 다자대결에서는 박근혜 36.3%, 안철수 18.6%, 문재인 12.6% 등으로 나타났다고 보도하였습니다.

2012.6.29자 신문은 박근혜 캠프의 좌장에 김종인이 임명됨을 보도합니다.

2012.7.30자 신문은 정치전문가 12명 중 10명이 안철수 대선후보에 민주당 총리 조합을 권고하였다고 보도하였습니다.

2012.8.20자 신문은 박근혜가 한나라당 대선후보에 선출되었음을 보도하였습니다.

2012.8.27자 신문은 리서치앤리서치는 박근혜 47.2%, 안철수 45.1%라고 발표하였고 반면 코리아리서치는 박근혜 43.3%, 안철수 47.2%라고 발표하였다고 엇갈린 여론조사 결과를 보도하였습니다. 한편, 1992년 대선부터 4차례 모두 공교롭게 일주일이라도 먼저 주요 정당 후보로 확정된 인물이 당선됐다고 전했습니다.

2012.9.17자 신문은 문재인이 민주당 대선후보로 선출되었다고 보도하고 있습니다.

2012.9.19자 신문은 안철수가 대선 출마를 선언한 사실을 보도하고 있습니다.

2012.10.17자 신문은 박근혜, 문재인, 안철수의 지지율이 고착화되었다고 하면서 전망이 역대 가장 불투명한 대선이 될 것이라고 전망하였습니다.

2012.10.20자 신문은 대선후보 양자대결에서 박근혜 44.7%, 안철수 47.3%의 결과와 박근혜 47.5%, 문재인 43.2%의 결과를 보도하였고, 야권 지지층 상대 조사에서 후보 단일화 지지율은 문재인 42.4%, 안철수 48.2%라고 보도하였습니다.

2012.11.24자 신문은 안철수 후보의 사퇴를 보도하였습니다.

2012.12.20자 신문은 12월 19일 대통령 선거에서 박근혜 후보가 대통령에 당선되었음을 보도하였습니다. 최종 지지율은 박근혜 51.6%, 문재인 47.9%였습니다. 



이상의 사실은 저와 여러분이 모두 5년 전에 겪은 역사적 사실입니다. 그러나 5년이 흐르자 상당 부분 기억에서 사라지고 말았더군요. 제가 오늘 5년 전 신문기사를 회고한 것은 앞으로 우리가 겪을 일이기 때문입니다. 그런 의미에서 지나간 역사를 돌이켜 보는 것은 나름의 의미가 있을 것입니다.

지금의 상황을 어떻게 정리할 것인지도 중요한 일이지만 상황 정리 이후 전개되는 대선 국면에서 우리 모두 어떻게 고민하고 어떤 선택을 할 것인지가 더더욱 중요한 일 아닐까요.

이번 한 주도 웃으며 시작하세요.

2016.11.7. 조근호 드림
















트위터 페이스북 카카오톡
이전글 목록으로 다음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