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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6번째 편지 - 몽상가와 드리머, 당신은 어느 쪽이신가요?

몽상가와 드리머, 당신은 어느쪽이신가요?

  오늘은 정말 정말 양해를 구하고 편지를 쓰겠습니다. 편지 내용이 너무 황당하고 엉뚱하더라도 이런 정신 나간 생각을 하는 사람도 있구나 하고 웃어 버리시기를 부탁드립니다.

  저는 변호사 사무실을 꾸리기 위해 직원들을 뽑고 있습니다. 여직원 후보자 여러 명을 면접하였습니다. 그때 저는 이런 이야기를 하였습니다. “당신은 마흔 살 쯤 되었을 때 무슨 일을 하고 있을까요. 그때 하고 싶은 꿈이 있습니까.” “우리는 당신을 채용하는 일이 월급 200여만원짜리 직원을 고용하는 것이라 생각하지 않습니다. 일정기간 당신의 인생을 책임지는 것이라 생각합니다. 당신과 함께 우리의 꿈을 펼치고 싶습니다.” “1999년 보니 브라운은 이혼한 후 일자리를 구하던 중 구글의 사내 마사지사 구인 광고를 보고 찾아갔습니다. 그녀가 하여야 할 일은 IT 엔지니어들의 굳은 어깨를 주물러 주는 일이었습니다. 주급 450달러와 스톡옵션을 받는 조건으로 입사를 하였습니다. 당시 구글은 직원 40명의 작은 벤처기업이었습니다. 2004년 구글이 주식을 상장하자 그녀는 스톡옵션의 일부를 팔아 수백만불을 벌고 퇴직을 하였습니다.” “우리는 당신이 그녀가 되게 만들고 싶습니다.” “우리가 당신을 면접하고 선택하듯 당신도 우리의 꿈을 보고 함께 일할 것인지를 선택하세요.”

  이제 시작하는 법률사무소 여직원을 뽑으며 구글의 사례를 이야기하는 것이 말도 되지 않는다는 생각이 드실 것입니다. 또 다른 황당한 이야기를 하겠습니다.

  운전기사를 뽑을 때의 일입니다. 제가 검찰에 있을 때 5년 정도 주말마다 제가 골프를 치러 갈 때면 가끔 저를 도와 운전을 해 주던 대리운전기사가 있었습니다. 5년을 지켜보았는데 정말 성실하였습니다. 그의 최대 장점은 운전을 잘하고 전국의 길을 잘 안다는 것이었습니다. 저는 퇴직 후 그분에게 정식 운전기사를 구할 때까지 한 달간만 운전을 해달라고 부탁하였습니다. 그런데 며칠을 지나자 생각이 바뀌어 그분에게 저의 정식 운전기사가 되어 달라고 부탁하였습니다. 그런데 그분은 이미 10월 1일부터 경기도에서 사업을 하는 선배를 도와 일하기로 선약을 하였기에 곤란하다고 하였습니다. 열흘을 계속 설득하였습니다. 운전기사 한 사람을 구하는데 너무 매달리는 것 같기도 하였지만 그럴 가치가 있다고 생각하였습니다. 저는 마지막으로 이렇게 설득하였습니다. “사람의 인생에는 몇 번의 기회가 찾아오는 것 같습니다. 내가 같이 일하자고 하는 것이 그 몇 번째 기회중 하나가 될 것입니다. 저는 당신에게 꿈을 주고 싶습니다. 지금은 비록 작은 법률사무소에 불과하지만 5년 후 10년 후 우리 비즈니스가 커져 차량과 운전기사가 많이 필요해지면 그 부분을 독립 시켜 회사를 만들어 당신에게 맡기고 싶습니다. 당신은 차량 10대의 관리회사 사장이 될 것입니다. 나와 함께 하지 않겠습니까?” 그분은 그 날 저녁 선배에게 “같이 일하지 못하게 되어 미안하다.”고 전화하였습니다.

  이 일화를 전해들은 친구들은 저더러 거의 사기꾼 같다고 놀려댑니다. 제 생각에도 허풍처럼 느껴지기도 합니다.

  그러나 저는 여직원과 운전기사 후보에게 이야기를 하는 그 순간, 그 어느 때보다 진지하였고 정직하였습니다. 그저 말로만이 아니라 간절히 그렇게 해 주고 싶었습니다. 지금도 앞으로도 그 생각에는 변함이 없을 것입니다.

  몽상가와 드리머의 차이가 무엇일까요. 영어 Dreamer를 우리말로 바꾸면 몽상가가 됩니다. 그러나 어감 상 몽상가는 허황된 꿈을 꾸는 사람 같고 드리머, 직역하면 ‘꿈꾸는 사람’은 이룰 수 있는 꿈을 꾸는 사람처럼 들립니다. 그러나 모든 드리머는 몽상가로부터 시작되지 않았을까요. 처음에는 황당한 꿈을 꾸다가 점점 구체화되어 일정기간이 지나면 다른 사람들에게 그럴듯한 꿈으로 보이게 되는 것 같습니다.

  황당한 꿈을 현실로 바꾼 실화를 영화화한 ‘Dreamer’라는 영화가 있습니다.

  한때는 혈통 좋은 종마를 번식시키는 것으로 유명했던 크레인 목장의 주인 ‘벤’은 사업을 키우다가 파산하고 결국 다른 목장의 사육사로 근근이 살아가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어느 날 지난 경마대회에서 1위를 하였던 명마 ‘소냐도르’가 다리가 부러지는 사고를 당해 죽을 위기에 처합니다. ‘벤’은 자신의 퇴직금 대신 그 말을 집으로 데리고 옵니다. ‘소냐도르’의 등장으로 삭막하게 지내던 가족들에게 새로운 꿈이 생깁니다. ‘벤’과 그의 딸 ‘케일’은 6개월간 열심히 간호하여 기적적으로 회복시킵니다. 부상에서 회복한 ‘소냐도르’를 선물로 받은 딸 ‘케일’은 황당한 꿈을 꿉니다. 그것은 다시 한 번 경주에 내보내는 것이었습니다. 그것도 모든 경마인의 꿈의 대회 그렇지만 ‘벤’의 표현대로 ‘거의 이루지 못하는 꿈’인 ‘브리더스 컵’에 말입니다. 결국 ‘소냐도르’는 그 대회에 출전을 합니다.

  앙드레 말로는 이렇게 말했습니다. ‘오랫동안 꿈을 그리는 사람은 마침내 그 꿈에 닮아간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세월이 가면서 꿈을 자신의 처지에 맞추어 하향조정합니다. 그러다가 더 이상 꿈꾸지 않게 됩니다. 그러나 ‘케일’ 가족은 꿈을 낮추지 않습니다. 자신들이 꿈 쪽으로 계속 전진합니다.

  그 영화에 이런 대사가 있습니다. ‘소냐도르가 마굿간에 있던 이후로 우린 한 가족이었어. 몇 년간 처음 있는 일이지.’ 꿈을 함께 꾸는 사람들만이 맛 볼 수 있는 달콤함입니다.

  ‘드리머’의 결말은 여러분 상상에 맡기겠습니다.

  제가 꾸는 꿈은 황당합니다. 저도 잘 압니다. 그런 의미에서 저는 몽상가입니다. 그러나 저는 계속 꿈을 그려나갈 것입니다. 조금이라도 꿈에 닮아가도록 말입니다. 그러면 언젠가 제가 몽상가에서 드리머로 바뀌게 될 날이 올 것이라 믿고 오늘도 꿈을 꿉니다.

  여러분은 몽상가이신가요. 아니면 드리머이신가요. 혹시 ‘꿈망실자’는 아니신가요.

  이번 한 주도 웃으며 시작하세요.

  2011.9.19. 조근호 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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