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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번째 편지 - 검찰인들은 사교기술이 부족한 것 아닐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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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4.09.09 14: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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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검찰인들은 사교기술이 부족한 것 아닐까요.

  여자들이 남자들로부터 가장 듣기 싫어하는 이야기가 군대이야기와 축구이야기라고 하지요. 그래서 군대에 가서 축구한 이야기를 하면 대부분 데이트에서 실패하고 만다더군요.

  그러면 일반인들이 검찰인들로부터 듣기 싫어하는 이야기가 무엇인지 아시나요. 사건이야기와 폭탄주이야기랍니다. 언제 무슨 사건에서 누구를 구속시켰다고 장황하게 설명하면 처음에는 신기해 하다가도 몇 번 반복하면 고개를 내젖지요. 폭탄주이야기도 마찬가지입니다. 자신이 최고 몇 잔을 마셨고 자신이 경험한 최고의 폭탄주 자리가 어떻고 하면 벌써 한두 사람씩 화장실을 간다고 하고 자리를 뜨지요.

  그런데 황당한 것은 검찰인들은 이 두 가지 이야기를 일반인들에게 하는 것도 모자라 검찰인들끼리 서로 하고 있습니다. 우리는 회식 자리에 앉으면 상사가 자신의 두 가지 무용담을 늘어놓는 것을 들어야 합니다. 사건이야기와 폭탄주이야기 말입니다. 그리고 그 이야기가 끝나면 의례껏 폭탄주가 돕니다. 용비어천가 뺨치는 폭탄사를 곁들여 말입니다.

  여러분 이런 문화에 대해 생각해보셨나요. 왜 우리 회식에는 대화가 없을까요. 남들이 듣기 싫어하는 자랑만 늘어놓아야 할까요. 이렇게 하면  

아름다운 만남을 만들 수 있을까요.

  대체적으로 검찰인들은 사람을 사귀는데 서툴다고 합니다. 왜 그럴까요. 검찰인들은 자신의 필요에 의해 먼저 사람에게 다가가는 경우보다는 다른 사람이 자신의 필요에 의해 다가오는 경우가 더 많습니다. 그러다 보니 자연스럽게 상대방이 나이가 많던 적던 자신이 주인공이 되어 화제를 이끌어 갑니다. 대부분 자신이 이야기를 하지요. 그 두 가지 이야기 말입니다. 사건이야기와 폭탄주이야기. 이렇게 만남을 하고 집에 돌아오면서 자신이 멋진 만남의 시간을 가졌다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상대방의 입장이 되어 생각해 보십시오. 그 사람은 상대방이 검사 또는 검찰청 직원이라 그의 비위를 맞추기 위해 별로 재미없는 이야기를 군소리 없이 들어 주었고 맞장구도 쳐주었던 것입니다. 제가 좀 심하게 이야기 하고 있나요. 저 자신의 만남을 돌이켜 보아도 이 모습과 별반 다르지 않은 것 같습니다. 여러분은 어떠신가요.

  검찰을 떠난 대부분의 선배 검찰인들은 이렇게 이야기 합니다. 검찰에 있을 때 가까웠던 사람들이 검찰을 퇴직하고 나면 썰물처럼 사라지고 만다고 말입니다. 그중 남는 사람은 몇 안 된다고 말하시는 것을 수없이 들었습니다. 공직자의 만남이라는 것 자체의 숙명이 이런 것인가요. 아니면 우리가 만남을 잘못해 온 결과인가요. 두 가지 요인이 다 있겠습니다만 후자의 몫도 적지 않을 것입니다. 검찰을 떠난 후에도 폭넓은 사교를 유지하는 검찰 선배들이 계신 것을 보면 우리들 하기 나름으로 아름다운 만남을 이어 갈 수도 있지 않을까요.

  만남의 핵심은 무엇일까요. 사람들은 왜 다른 사람을 만날까요. 다른 사람으로부터 훌륭한 지식을 얻기 위해 만날까요. 그럴 수도 있겠습니다만 가장 기본적인 의미의 만남은 서로의 외로움을 달래기 위해 만나는 것입니다. 자신의 이야기를 들어줄 상대를 찾고 있는 것입니다. 서로 자신의 이야기를 들어 줄 상대를 찾아 오늘도 약속을 하고 저녁을 같이 하는 것입니다. 그런데 두 사람 다 자신의 이야기를 하려다 보니 이야기를 하지 못한 사람은 만남을 하고 돌아오는 길에 해결하지 못한 자신의 외로움이 남아 있는 것입니다.

  그래서 전문가들은 만남의 핵심을 ‘공감하기’라고 단언합니다. 심리학자 레오 바스카글리아가 소개한 이야기입니다.

  할아버지 한 분이 암진단을 받았습니다. 그런데 암진단을 받은 날부터 그 할아버지는 난폭해졌습니다. 식구는 물론 주변사람들을 향해 욕을 하고 입원해서는 의사와 간호사에게까지 포악하게 대했습니다. 목사님도 카운슬러도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았습니다. 가족들은 포기상태에 빠졌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평소 할아버지와 말벗을 하던 동네 꼬마가 병문안을 왔습니다. 식구들은 혹시나 하는 생각에 병실로 들여보냈습니다. 그런데 놀랍게도 그 꼬마가 할아버지를 30분간 만나고 나온 이후 할아버지의 태도가 완전히 변하였습니다. 태도가 누그러지고 사람들도 만나기 시작하였습니다. 사람들은 너무 이상하여 그 꼬마에게 물었습니다. ‘도대체 무슨 이야기를 하였니?’ 그 꼬마는 이렇게 답변하였습니다. ‘그냥 할아버지와 함께 30분간 같이 울었어요.’ 이 꼬마는 할아버지의 아픔을 자신의 아픔처럼 느끼고 운 것입니다. 만남의 핵심은 바로 이것입니다. 타인의 기쁨에 슬픔에 공감하는 것 말입니다.

  다음으로 자신을 낮추라고 강조합니다. 만남에 있어 상대의 마음을 편하게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입니다. 우리 검찰인들은 검찰에서 근무하고 있다는 사실 자체만으로도 다른 사람들을 긴장하게 만들지요. 그러나 누구든지 대단한 사람에게는 쉽게 접근하기 어려운 법이지요. 겸손함은 어려운 관계에 물꼬를 트는 첫 번째 단계입니다. 전문가들은 자신이 대단한 존재임은 나중에 알려주어도 좋다고 조언합니다.

  끝으로 서로에게 도움이 되어야 만남이 지속된다고 합니다.

  아마존 강 유역에 사는 야노마모 족은 부족끼리 좋은 유대를 맺기 위해 추장들 간에 특이한 합의를 한다고 합니다. 한 부족은 자신이 기르던 개들을 모조리 죽여 버리고 다른 부족은 닭을 모조리 죽여 버린답니다. 그러면 자연스럽게 자신의 부족에게 없는 개나 닭을 이웃부족에 의존하게 되어 두 부족은 왕래가 잦아지고 서로 친근해 진다는 것입니다.

  검찰인들은 상대방으로부터 호의를 받으면서도 상대방을 위해 무엇인가를 해준다는 생각은 거의 못하고 지내지요. 그러나 진정한 관계는 서로 주고받는 것이라는 것쯤은 당연한 이치인데도 검찰인들은 받는데 익숙해 있는 것이 아닌지 모르겠습니다. 이 생각이 저만의 특별한 기우이기를 바랍니다.

  이번 한 주도 웃으며 시작하세요.

  2009.9.28. 조근호 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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