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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9번째 편지 - 기업의 윤리경영, 남의 이야기가 아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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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4.09.09 15: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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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기업의 윤리경영, 남의 이야기가 아닙니다.

  어느 대기업 상무가 회사 회식자리에서 여직원과 블루스를 추었습니다. 그리고 며칠 후 공석이 된 자신의 여비서를 뽑으면서 능력보다는 인물 위주로 뽑았습니다. 그의 이 같은 태도가 회사에게 알려지자 그는 윤리규정 위반으로 해임되었습니다. 실제상황이냐구요. 예, 현대카드에서 있었던 일입니다.

  여러분, 윤리경영이라는 말 들어보셨나요. 이윤추구를 목표로 하는 기업이 전면에 윤리를 내세우고 윤리경영을 하고 있습니다. 이 윤리경영의 역사는 100년 이상 되었습니다. 윤리경영하면 가장 대표적인 기업이 미국의 GE입니다. 그 유명한 잭 웰치 회장이 취임 후 가장 강조한 것이 윤리경영입니다.

  “GE에서 내가 날마다 강조하는 것이 한 가지 있다면 그것은 바로 도덕성이었다. 그것은 우리의 최우선 가치로서 어떤 경우에도 양보할 수 없는 것이었다. 내 모든 연설은 언제나 도덕성을 강조하는 것으로 끝을 맺었다. 탁월함과 경쟁력은 도덕성과 양립할 수 있다. 나는 요즘에도 모든 경쟁에 있어서 도덕성이 기초가 되어야 한다는 것을 절실히 느끼고 있다.”

  잭 웰치의 말입니다. 기업에서 가장 중요한 것으로 이윤추구가 아니라 도덕성을 최우선하여 강조한다니 좀 이해가 잘 되지 않는 면도 있습니다.
그런데 GE 윤리경영의 상징이 된 ‘50달러 영수증 사건’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일응 수긍이 됩니다.

  “한 직원이 식사를 하고서 누구 누구와 식사를 함께 했다고 적어냈는데, 나중에 식사를 함께 했다던 그 직원이 다른 곳에 있었다는 사실이 드러났고 허위로 50달러짜리 식사 영수증을 낸 직원은 해고되었다.”

  그들의 생각은 매출이 떨어지면 또 다른 기회가 주어질 수도 있지만 하지만 윤리 규정은 한번 어기면 두 번 다시 기회가 없다는 것입니다.

  이 편지 처음의 예에서 든 현대카드는 GE가 43% 투자를 하고 있는 회사입니다. 따라서 당연히 GE의 윤리경영체계를 따르고 있지요.

  지난 4월20일 소위 부산지역 향응의혹사건이 터진 후 저는 답답한 심정에 평소 알고 지내던 현대카드 정태영 사장에서 GE식 윤리경영의 실체에 대해 물어보았습니다. 그 질문에 대한 답으로 그는 장문의 편지를 보내왔습니다. 위의 예도 그 편지에 들어있는 내용입니다. 편지의 일부를 볼까요.

  “윤리경영은 GE 경영의 핵심요소입니다. 현대카드는 GE와 세 개의 가장 중요한 위원회를 운용하고 있는데 그중 하나가 윤리경영위원회입니다. 윤리경영 담당 임원은 회사 내에서 빅 5에 들어갈 정도로 중요한 위상입니다. 만약 재무담당 임원이 회의에서 30분 발표하면 윤리경영 담당 임원도 30분 이상 발언합니다. 회사일로 늘 바쁜 임원들도 다른 회의에는 사정상 불참하기도 하지만 윤리경영위원회에는 반드시 참석합니다. 불참하였다가는 윤리에 소극적이라는 인상을 주게 됩니다. GE측은 현대카드 사장에게 1년에 4번 윤리를 강조하는 편지를 직원들에게 쓰라고 강요하기까지 하였습니다.”

  우리 검찰에서는 감찰에 해당하는 분야의 이야기인데 우리가 감찰부서를 대하는 태도나 감찰관련 회의나 교육에 임하는 자세와 사뭇 다른 것 같습니다. 좀더 들어 보지요.
“윤리규정은 개념적인 것부터 구체적인 것 까지 상세하게 규정되어 있습니다. 예를 들면 접대는 식사의 경우 1인당 얼마까지 할 수 있고 얼마까지 받을 수 있다는 식입니다. GE와 현대카드는 윤리규정집을 만드는데 2년이 걸렸습니다. 그리고 규정집을 핸드북으로 만들어 전 직원들에게 주었습니다.”

  우리 검찰도 스캔들을 겪을 때마다 윤리규정을 보완하여 매우 자세한 규정을 가지고 있습니다. 문제는 대부분의 검찰 구성원이 그 내용을 모른다는 것입니다. 따라서 이 규정은 윤리문제가 발생하였을 때 처리기준으로만 활용될 뿐 사전예방용으로는 전혀 기능을 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GE는 윤리문제에 대해 강박관념을 보이는 문화를 가지고 있습니다. 윤리규정을 어긴 경우는 당연히 징계되고 이를 알고 신고하지 않는 경우에도 함께 징계됩니다. 임원 승진 후보가 되었을 때 인사팀이 그의 성장과정, 취미생활, 인간관계 등을 360도 조사하여 윤리적으로 문제가 있으면 탈락시킵니다. 재능이 있는 사람보다 옳은 사람을 선호하는 것입니다.”

  “특히 룸싸롱을 가는 것은 불문율로 금기사항으로 되어 있습니다. 회사 차원에서는 당연히 가는 일이 없고 개인적으로 친구들과 갈 수는 있지만 회사에서 이야기 하지 않습니다. 술자리가 많은 사람, 주사가 있는 사람, 여자를 좋아하는 사람이라는 평판은 윤리적으로 불리한 인식을 주기 때문입니다.”
우리는 흔히 대기업의 경우 룸싸롱을 많이 이용할 것이라는 선입견을 가지고 있는데 실제상황은 이렇게 다릅니다.

  우리 검찰이 윤리문제로 큰 홍역을 치르고 있습니다. 해법을 어디에서 찾아야 할지 모두가 고민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타인의 잘못을 수사하는 검찰보다 조직 성격상 덜 윤리적일 수 밖에 없을 것 같은 기업들이 이렇게 윤리를 강조하고 있습니다. 우리 검찰도 그들의 이런 생존 방식에 관심을 가져야 할 때가 온 것 같습니다.

  끝으로 GE KOREA 사장으로 역임하고 현재는 인천국제공항공사 사장으로 있는 이채욱 사장의 이야기를 소개합니다.

  “어떤 일을 하거나 판단해야 할 때 ‘뉴스페이퍼 테스트’를 해본다. 내가 한 이 일이 신문에 난다고 했을 때 부끄러운 일인가 아닌가를 따진다. 그러면 윤리에 어긋나는 일은 안 하게 된다.” 우리 검찰 가족 개개인에게도 적용되는 말 같습니다.

이번 한 주도 웃으며 시작하세요.

                                                   2010.5.31. 조근호 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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