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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5번째 편지 - 지금 어렵지만 지혜롭게 대처합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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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4.09.09 15: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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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금 어렵지만 지혜롭게 대처합시다.

  저는 4월 14일부터 26일까지 정부대표 자격으로 브라질 살바로드에서 열린 12차 세계 범죄예방 및 형사사법 총회에 참석하고 돌아오느라 월요편지를 쓰지 못하였습니다. 그런데 안타깝게도 출장도중 PD수첩의 보도를 접하게 되었고 그 이후 내내 마음이 무거웠습니다. 그런데 지난 4월 27일 출근해 보니 그 정도는 더욱 심하였습니다. 간신히 일주일을 보냈습니다. 아직도 폭풍의 가운데 있고 그 끝이 한참을 남겨 두고 있지만 이제는 몸을 추스려야 할 때인 듯합니다. 

  사건의 전말은 진상조사단의 조사에서 밝혀질 것이지만 진상조사 결과가 나올 때까지 상당기간 동안을 어떻게 지내야 할지에 대해 몇 가지 생각이 떠오릅니다.

  첫째 우리가 잃은 것이 무엇이고 다시 쌓아올려야 할 것이 무엇인지 새겨보았으면 합니다. 우리는 이번 일을 통해 많은 것을 잃었지만 가장 큰 것은 아마도 국민들에게 남아 있던 검찰, 검사에 대한 신뢰가 아닌가 합니다.

  논어의 안연 편에 이런 이야기가 나옵니다. 자공이 공자에게 물었습니다. ‘어찌하면 나라를 잘 다스릴 수 있습니까?’(子貢問政) 이에 대해 공자 

는 이렇게 답변합니다. ‘나라를 잘 다스리려면 식량을 늘리고 군비를 확충하며 백성의 신뢰를 얻어야 한다.’(子曰 “足食足兵, 民信之矣”) 이어 자공이 셋 중 차례로 버려야 한다면 무엇을 버려야 하냐고 묻자 공자는 처음에는 군비를, 두 번째는 식량을 버려야 한다고 하면서 백성의 신뢰를 가장 우선시 하였습니다.(子貢曰 "必不得巳而去, 於斯三者, 何先?" 子曰"去兵" 子貢曰"必不得巳而去, 於斯二者, 何先?" 子曰"去食. 自古皆有死. 民無信不立") 

  이 이야기는 검찰이라는 조직과 국민 사이에도 온전히 적용되는 이야기일 것입니다. 우리가 가장 노력하는 것이 국민의 신뢰를 받는 검찰을 만드는 일이었습니다. 우리는 늘 그 신뢰가 조금씩 때로는 한 무더기씩 무너져 내리는 것을 안타까워하였고 그 신뢰를 다시 쌓기 위해 불철주야 노력하였습니다. 그런데 이번에 다시 신뢰에 최대의 위기를 맞게 된 것입니다. 그런데 문제는 그 위기가 어느 개인의 문제가 아니라 우리 모두의 문제이자 검찰 문화의 문제라는데 답답하고 안타까움이 있는 것입니다. 우리는 이번에 무너져 내린 신뢰를 다시 쌓아 올리는데 오랜 시간이 걸릴 것임을 잘 알고 있고 어쩌면 다시 돌이킬 수 없을지도 모른다는 걱정도 할 것입니다.

  우리 모두는 무너져 버린 신뢰를 쌓아 올리는 것은 우리가 하루하루 처리하는 일에서 비롯된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습니다. 따라서 우리는 이 당혹스럽고 참담한 순간에도 우리에게 맡겨진 업무에 그 어느 때 보다 헌신적으로 충실하여야 할 것입니다. 검찰 가족 모두가 정말 최선을 다해 우리에게 주어진 일을 할 때 신뢰 회복의 실마리가 마련될 것입니다.

  둘째 이번 일을 대처하는데 우리가 명심하여야 할 가장 중요한 것은 이번 사태에 ‘정직’하여야 한다는 것입니다.
  우리는 최근 세계적으로 알려진 두 가지 유명한 스캔들을 기억합니다. 첫 번째가 도요타 자동차 사태이고 두 번째가 타이거 우즈 사건입니다. 전문가들은 두 사건이 악화된 이유에 대해 초기 대응 시 도요타나 타이거 우즈나 정직하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평가합니다. 만약 그들이 사태의 심각성을 인정하고 솔직하게 자신들의 잘못을 시인하였더라면 사태가 이처럼 크게 확산되는 것을 막을 수 있었을 것이라는 것입니다.

  우리는 이번 사태를 접하고 총장님께서 결단을 내리셔서 대부분 외부인들로 구성된 진상조사위원회에 진상조사를 맡기고 대검은 진상조사에 대해 일정부분 선을 그었습니다. 이것은 우리 스스로 이번 사태에 대해 한점 숨김이 없이 솔직하게 조사하여 그 결과대로 평가받겠다는 기본자세에서 비롯된 것입니다. 검찰인들 모두가 우려하듯 이번 진상조사가 정직하지 않으면 특검이 도입될지도 모릅니다. 우리에게 남은 한 가지 카드는 정직밖에 없습니다.

  진상조사단이 부산고검청사에 사무실을 마련하고 검사들을 조사하고 있습니다. 그 과정에서 조사하는 사람과 조사받는 사람 간에 때로 서로 섭섭하거나 답답함이 생길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서로 모두 ‘정직’을 찾아가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불가피한 면이 있음을 우리 모두 인정하여야 

 합니다. 그것이 성숙한 대처 자세입니다.  

  셋째 그러면 진상조사 결과가 발표되고 검찰이 평상의 상태로 돌아갈 때까지 우리의 일상은 어떠하여야 할까요. 개인마다 느끼는 정도도 다르고 취할 방법도 다를 것이기 때문에 일의적으로 이야기 할 수는 없습니다. 다만 저의 경우만 말씀  드릴까 합니다.
저는 외부 활동을 모두 취소하였습니다. 주중 약속, 주말 골프, 외부강의 등 모든 일정을 취소하였습니다. 부산고검장으로서 외부에 다니며 얼굴을 내미는 것은 남들 보기에 볼썽사나울 수도 있다는 생각에서입니다. 이러고 나니 저에게 많은 시간이 강제로 할애되었습니다. 이 많은 시간에 무엇을 할지 때 아닌 고민을 하게 되었습니다.

  저는 우선 건강을 돌보는 데 시간을 많이 할애하려고 합니다. 단식을 하여 살도 빼고 조깅도 하고 근력강화 운동도 해보려고 합니다. 매일 저녁 이런 저런 약속 때문에 운동하는 것이 쉽지 않았는데 온전히 시간을 부여받았으니 가장 중요한 건강에 신경 쓰렵니다. 둘째는 보고 싶었던 책을 많이 읽어보고 싶습니다. 될 수 있으면 고전에서 지혜를 찾고 싶습니다. 검찰문화를 어떻게 바꾸어야 하는지, 검사들이 어떻게 대인관계를 하여야 하는지에 대한 지혜도 찾고 싶습니다.

  우리 모두에게 힘들고 어려운 시기이지만 이 시기를 잘 극복하여 개인적으로나 조직 차원에서 그저 전전긍긍한 시간이 아닌 지혜롭게 활용한 

 시간으로 평가되길 바랍니다. 

   이럴수록 오늘도 웃으며 시작하세요.

   2010.5.3. 조근호 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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