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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 여름 휴가는 무엇인가요 (2008년 7월 13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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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4.10.26 11: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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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6월 30일 끝난 ‘유로2008’은 스페인의 승리로 막을 내렸습니다.

저는 그 경기를 보면서 6년 전 ‘2002월드컵’이 생각났습니다. 대한민국 축구팀이 치른 명승부 중 유독 잊히지 않ㄴ는 명승부는 22002년 6월 20일 대전월드컵 경기장에서 열린 한국과 이탈리아의 16강전입니다. 저는 운 좋게도 그날 그 경기장에 있었습니다.

 

이탈리아를 맞아 한국은 처음부터 대등한 경기를 펼쳤습니다. 전반 3분 주심은 이탈리아 팀을 향해 페널티킥을 선언하였습니다. 관중석은 ㅇ려광의 도가니가 되었스니다. 안정환이 키커로 나섰습니다. 안정환은 왼쪽 골문을 향해 가볍게 차 넣었습니다. 그러나 공은 골키퍼의 손에 걸려 버렸습니다.

 

모든 국민은 안정환을 향해 원망의 탄성을 질렀습니다. ‘저놈이 경기를 망치는구나.’ 하는 생각이 들 무렵 경기장에는 이런 구호가 이어졌습니다. “괜찮아, 괜찮아.” 눈시울이 붉어졌습니다. 그래, 다시 시작하자. 아직 0대0이잖아. 그러나 전반 18분, 이탈리아의 코너킥을 비에리 선수가 정확하게 헤딩하여 골문 안으로 넣어 버렸습니다. 축구팀과 전 국민은 다 같이 좌절하였습니다. 이렇게 무너지나.

 

전반전이 끝났습니다. 저는 하프타임에 우리 축구팀의 분위기가 어떠했을지, 특히 안정환 선수는 무슨 생각을 하였을지, 무슨 각오를 하였을지 지금도 궁금합니다.

 

아마도 ‘이렇게 무너질 수는 없다.’ ‘내 축구인생을 이 게임에 걸어야 한다.’는 등의 비장한 각오를 새롭게 하였겠지요.

 

후반전이 시작되었습니다. 시간이 계속 흘러 40분이 넘어도 대한민국 전 국민이 기다리던 골은 터지지 않아 모두의 가슴을 졸이게 만들었습니다. 이렇게 끝나는가? 우리의 한계는 여기까지였나? 우리 국민 특유의 자포자기 상태로 접어들기 직전. 후반 42분 설기현의 왼발이 작렬하며 천금같은 동점골을 만들어 냈습니다. 기적이 일어난 것입니다. 모든 국민은 서로 얼싸안고 기쁨을 누렸습니다. 여러분도 그 순간을 기억하실 것입니다.

 

드디어 연장전, 숨 막히는 시간이 흐르고 어느덧 연장 25분, 이천수의 패스를 받은 이영표가 문전을 향해 공을 높이 센터링하였습니다. 그 순간 문전에 있던 안정환이 솟구쳐 올랐습니다. 헤딩. 안정환이 머리에 정확하게 맞은 축구공은 온 국민의 염원을 싣고 이탈리아 골문 안으로 빨려 들어갔습니다.

 

그 순간 우리는 모두 서로 얼싸안고 하나가 되었습니다. 그 기쁨. 그 감격을 무엇에 비기겠습니까? 그러나 가장 기쁜 사람은 안정환 선수 아니었을까요? 가슴을 쓸어내렸을 것입니다.

 

저는 안정환 선수가 기적을 일으킨 것은 하프타임을 잘 활용하였기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전반전의 실패를 잊어 버리고 후반전을 위한 새로운 각오를 다질 수 있는 휴식시간, 바로 하프타임입니다.

 

여러분, 2008년의 전반전이 6월 30일로 지나갔습니다. 후반전이 우리앞에 기다리고 있습니다. 그 사이에 우리에게는 다행히 여름휴가라는 하프타임이 있습니다. 이 하프타임을 어떻게 쓰느냐에 따라 후반전의 승리와 패배가 가려질 것입니다.

 

휴가는 그저 가도 좋고 안 가도 좋은 것이 아닙니다. 또한 휴가는 즐기기만 하고 파김치가 되어 돌아오는 시간이 아닙니다. 한 해의 후반전을 새로이 구상하고 다짐하는 하프타임입니다. 여러분의 하프타임을 성공적으로 활용하시기 바랍니다.

 

하프타임에 할 일 중 가장 중요한 일은 후반전에 대한 꿈을 꾸는 일일것입니다.

 

저는 지난주 이른 휴가를 다녀왔습니다. 아직 가지 못하신 분들은 이번 휴가를 하프타임으로 잘 활용하시기 바랍니다. 이번 하프타임이 2008년의 하프타임이 아니라 여러분 인생의 하프타임이 될 수 있지 않을까요?

 

이번 한 주도 웃으며 시작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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