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16번째 편지-우리 모두 효도 한번 해 보실래요

  • 조회 4406
  • 2014.10.08 04:53
  • 문서주소 - http://mondayletter.com/bbs/board.php?bo_table=letter&wr_id=310



 
지난주 금요일 전에 모셨던 손기식 전 사법연수원장님과 저녁을 하게 되었습니다. 그런데 손 원장님께서는 손주가 만들어 주었다는 큼지막한 붉은 카네이션을 달고 오셨습니다. 바로 그날이 어버이날이었지요. 여러분, 자녀가 있으신 분들은 카네이션을 받으셨나요. 반대로 부모님께 카네이션을 달아드리셨나요. 뭘 쑥스럽게 카네이션이냐구요. 여전에는 어버이날 카네이션을 자랑스럽게 달고 출근하는 분들이 꽤 있었습니다. 그런데 점차 이런 풍속이 흐릿해져가는 것 같습니다.

약 100년 전 미국 버지니아주 웹스터 마을에 안나 자이비스란 소녀가 살았습니다. 그런데 소녀는 불행이도 어느 날 어머니를 여의게 되었습니다. 장례식을 치루고 난 후 소녀는 산소 주위에 어머니가 생전에 좋아하시던 카네이션을 심었습니다. 그리고 생전에 어머니를 잘 모시지 못한 것을 후회하던 소녀는 흰 카네이션을 달고 어느 모임에 나갔습니다. 그렇게라도 어머니를 기억하고 싶었던 것입니다. 안나는 그 후 어머니를 잘 모시자는 운동을 벌였고, 1904년 시애틀에서 처음으로 어머니날 행사가 열리게 되었습니다. 그날 이후 어머니가 살아계신 분은 붉은 카네이션을 가슴에 달아 드리고, 어머니가 돌아가신 분은 자기 가슴에 흰 카네이션을 달게 되었습니다. 이것이 어머니날의 유래입니다. 이 어머니날이 우리나라에서는 어버이날로 변경된 것입니다.

여러분 붉은 카네이션을 달아드릴 수 있을 때 마음껏 달아드리십시오. 그렇지 않으면 훗날 흰색 카네이션을 자신의 가슴에 달고 후회할 날이 반드시 오게 될 것입니다.

영국 빅토리아 여왕의 둘째딸 엘리스 공주에게 네 살 난 아들이 있었습니다. 그런데 그 아들이 전염병 디프테리아에 걸려 사경을 헤맸습니다. 의사는 공주에게 당부하였습니다. "당분간 아들과 떨어져 지내야 합니다. 만약 아들과 함께 지내면 전염되어 두 분이 같이 비극을 당할 수도 있습니다." 엘리스 공주는 아들의 고통을 멀리서 지켜볼 수밖에 없었습니다. 어린 아들은 이 사실도 모른 채 엄마를 바라보며 애원하였습니다. "엄마. 너무 아파요. 저를 좀 안아 주세요." 공주는 의사의 충고도 잊은 채 아들에게 다다가 안아주고 이마에 입 맞추었습니다. "아들아. 엄마는 너를 정말 사랑한단다." 몇 달 후 엘리스 공주와 아들은 이 세상 사람이 아니었습니다.

부모님의 사랑은 어리석고 맹목적입니다. 우리는 이런 사랑을 받고 살아 왔지요. 가끔 부모님의 사랑을 생각할 때면 어떻게 보답하여야 하나 고민하게 됩니다. 그 방법을 아시나요.

이조시대에 널리 소문난 효자가 있었습니다. 왕도 소문을 듣고 상을 내리려고 확인 차 신하를 보냈습니다. 저녁 무렵 신하가 그 집에 도착하였을 때는 늙은 어머니가 일을 마치고 돌아온 아들의 발을 씻기고 있었습니다. 신하는 놀라고 또 화가 났습니다. 효자라고 소문난 사람이 늙은 어머니에게 발을 씻기게 하는 것이 못마땅했던 것입니다. 신하는 아들에게 물었습니다. "효자라고 소문이 났던데 헛소문이었나 봅니다. 늙은 어머니가 다 큰 아들의 발을 씻기는 것이 말이 됩니까." 그러자 아들이 대답하였습니다. "저는 효도를 어떻게 하는 것인지 잘 모릅니다. 그저 어머니가 기뻐하시는 일을 합니다. 어머니는 제 발을 씻기시면서 무척 좋아하십니다."

여러분의 부모님이 좋아하시는 일은 무엇인가요. 저는 5월5일 오랜만에 아래층에 사시는 어머님 댁에 가서 아침식사를 어머님과 단 둘이 하게 되었습니다. 저희 어머님은 기억력이 놀라울 정도로 좋으십니다. 한번 이야기를 시작하시면 삼사십년 전 일도 바로 어제 일처럼 상세하게 기억하고 말씀하십니다. 그러니 자연 이야기가 길어지지요. 여전에는 이런 어머님의 이야기를 듣는 것이 고역이었습니다. 그러다 보니 적당히 대꾸를 해드리고 바쁘다는 핑계로 자리를 일어섰지요. 그런데 그날은 2시간동안 어머님과 어릴 적 어렵게 살던 시절 이야기를 나누었습니다. 어떤 대목에서는 웃고 어떤 대목에서는 같이 울기도 하였습니다. 힘들고 고통스러웠던 시절, 기억하고 싶지 않은 시절 이야기였지만 어머님께서 아들인 저와 대화하는 이 순간을 너무도 즐기고 계신다는 것을 직감으로 알수 있었습니다. 저는 순간 어머님이 말씀을 끝내실 때까지 같이 있어 드리겠다고 마음 먹었고 저도 그 순간을 즐기게 되었습니다. 예전에는 그토록 도망치고 싶었던 순간인데 말입니다. 저의 어머님이 가장 좋아하시는 일은 바로 이것이었습니다. 아들과 같이 옛일을 회상하며 힘든 터널을 지나온 이야기를 하는 것 말입니다.

 




 여러분은 부모님과 얼마나 대화를 하시나요. 어쩌면 여러분의 부모님도 여러분과 대화하는 시간을 가장 소중한 시간으로 생각하며 기다리고 계실지 모릅니다. 우리는 가끔 양로원으로 자원봉사를 갑니다. 노인 분들을 시중들어 드리고 별 의미없는 이야기를 하시는 그분들의 말 벗을 해드리고는 자신이 무슨 뿌듯한 경험을 하였노라 대견스러워 하지요.

 

저는 이렇게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양로원으로 자원봉사 가는 일보다 몇 백배 소중한 일이 자신을 낳고 길러주신 부모님과 오손도손 이야기 나누는 일이라고 말입니다. 부모님께 자원봉사 하십시오, 이번 주말 반드시 부모님을 위해 시간을 내셔서 자원봉사하는 심정으로 옛날 레코드 판을 튼 것처럼 한 이야기를 또 하시는 늙으신 부모님과 이야기 꽃을 피워 보십시오, 여러분의 부모님은 많은 것을 바라지 않으십니다.

지난 어버이날에 직원 부모님 중에 70세 이상 분들에게 제 명의로 떡 케익과 감사의 카드를 보내드렸습니다. 가격으로 얼마되지 않는 것이었습니다. 그러나 그것을 받은 부모님의 반응은 상상외로 컸습니다. 많은 분이 저에게 부모님께서 고마워 하셨다는 인사를 전해 주셨습니다. 이처럼 부모님은 작은 선물에도 감격하십니다. 효도가 어려운 것만은 아닌 듯합니다. 여러분 우리 모두 이번 주 효자 효녀가 되어 보십시다.

이번 한 주도 웃으며 시작하세요.

2009.5.11. 조근호 드림

처음글 목록으로 마지막 글
Pri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