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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번째 편지 - 사람과 편안하게 지내는 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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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4.09.09 15: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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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람과 편안하게 지내는 법


  저는 신정을 지냈기 때문에 구정연휴 내내 아내와 부산에서 지냈습니다. 다른 사람 전혀 없이 아내와만 연휴를 지내면 그 결과는 어떨까요. 몇 년 전만 했어도 싸움이 벌어져 서로에게 상처를 주었을 것입니다. 그런데 이번에는 구정연휴가 끝나고 아내가 서울로 간 후 관사가 허전하여 아내가 다시 내려왔으면 하는 마음이 들었습니다. 아내와 정말 편안한 시간을 보낸 것입니다. 그렇다고 우리가 뭐 썩 재미있는 일을 한 것도 아닙니다. 하루 종일 아내는 혼자 책을 보고 저는 인터넷을 하며 보낸 날도 있었습니다. 늘 부딪치며 살던 부부가 나이가 들어가니 어느덧 편안한 사이가 되어 버린 것입니다. 무엇이 이런 변화를 주었을까요.


  ‘사람으로부터 편안해 지는 법’이라는 책의 저자 소노 아야꼬는 여러 가지 충고를 해줍니다. 타인과 편안한 관계가 되기 위해서는 어찌하여야 하는지 말입니다. 오늘은 그 책에 나온 주옥같은 잠언들을 생각해 보는 시간을 갖겠습니다.

  먼저 모두를 있는 그대로 보아주어야 한다고 강조합니다.

 

“맞벌이 아내와 사는 것은 아내가 가사를 최우선으로 생각하지 않는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만사 적당히’ 라고나 할까. 청소는 아예 손을 놓음을 원칙으로 하나 어느 날 집안에 먼지가 둥둥 떠다녀 그냥 볼 수 없을 정도가 되면 서둘러서 청소를 하면 그만이다. 그런 생활방식이 최선이 아니라 할지라도 그럭저럭 납득 간다면 족하다. 그리고 먼 훗날 그때를 돌이켜 보며 ‘그 당시는 참 정신 없었어. 정말로 힘든 생활이었지.’하고 웃을 수 있다면 대 성공이다.” 

  저도 아내와 집안 정리정돈 문제로 20년 가까이 다투었습니다. 그런데 있는 그대로 받아들였더라면 훨씬 쉬웠을 것 같습니다. 소노 아야꼬는 우정도 마찬가지라고 조언합니다.

  “친구들과 취향이 다르긴 해도 우정에 지장이 없는 이유는 우리들이 서로 ‘있는 그대로’를 인정하며 상대방의 본질적인 부분을 심하게 비판하거나, 침범하지 않고 있기 때문이리라.”

  “친구를 좋은 사람, 나쁜 사람으로 가르는 마음은 좋지 않다. 좋은 사람은 많겠지만 모든 면에서 다 좋은 사람이란 없다. 나쁜 사람도 가끔은 있겠지만 정말로 나쁜 사람이란 극소수이다. 사귀기 힘든 경우도 있지만 그것은 상대가 나빠서가 아니라 생활방식이 다를 뿐이다.”

 

  공감이 가십니까. 그러면 소노 아야꼬의 이야기를 좀 더 들어 보겠습니다. 그녀는 개인의 평범함, 야무지지 못함 그리고 열등감까지도 편안하게 그대로 받아드리라고 합니다. 

  “누구나 어느 정도 악의 냄새를 풍길 만한 소지를 지니고 있음을 자각하는 사람은 좋은 인상을 갖고 있다. 열등감 또한 인간적이다. 자신은 나쁜 일을 일체 하지 않는다고 생각하는 사람에 비하면 나는 얼마나 다행인지 모르겠다.”

  “내가 자란 가정에 불화가 있었던 것은 아버지의 엄격한 성격 탓이었다. 아버지는 오늘 할 일은 반드시 오늘 한다는 신조를 가지고 있었다. 그것을 게을리 한 가족들을 결코 용서하지 않았다. 그래서 나는 반대로 ‘내일 할 수 있는 일을 오늘 하지 않는다.’로 나의 약점을 인정하고 타인에게는 관대한 사람이 되고 싶었다. 적당히 야무지지 못한 것도 지혜이다.”

  “어느 키 작은 아이의 생각입니다. ‘그래 나는 땅꼬마다. 보통 키의 아이들과 나란히 서도 땅속으로 가라앉는 느낌이다. 하지만 나는 나쁘지 않아. 나와 함께 있으면 상대는 아마 기분이 좋겠지. 그 으쓱한 기분을 내가 그 녀석들에게 선사한 거라고 생각하기로 했어.’ 얼마나 어른스러운가요.”

  여러분이 평소에 생각하시는 것과 다르신가요. 아니면 같으신가요. 세상 이치는 이렇게 생각하기에 따라 달라지는 것입니다. 그러나 그렇다고 제가 노력도 하지 말고 적당히 야무지지도 않게 열등감을 가지고 살자는 것은 아닙니다. 자신의 그런 약점을 너무 조바심 내거나 비관하지 말고, 다른 사람의 약점도 편안한 마음으로 이해해 주자는 것입니다.

  소노 아야꼬는 다른 사람과 살아가는 지혜에 대해 이런 몇 가지 이야기를 더 해줍니다. 정말 가슴에 와 닿았습니다.

  “도쿄 토박이들은 예를 들어 메밀국수집 문 앞의 휘장을 들어 올려 몸을 구부리는 순간, 아는 사람 얼굴이 보이면 그 가게에는 들어가지 않는다고 합니다. 거리를 거닐면서 아는 사람을 보더라도 절대로 말을 걸지 않고 못 본 척 슬쩍 지나간다고 합니다. 불필요한 일로 남의 감정에 개입해서는 안 된다는 도쿄토박이의 배려심 때문이랍니다.”

  정이 많은 우리와는 걸맞지 않는 이야기지만 다른 사람 일에 지나치게 간섭하는 한국 사람들로서는 도쿄토박이의 다른 사람에 대한 극진한 배려 정신을 한번 곱씹어 볼만 합니다.

  “겸양과 관용은 인생에서 마약과 같은 것입니다. 두 가지 맛을 안 사람은 이것이 없으면 살아갈 수가 없죠. 그러나 흥미로운 것은 두 가지 중 어느 것도 타인에게 요구하여서는 안 된다는 사실이지요. 자신에게만 요구하여야 합니다.”

  “동행자는 항상 밝고 명랑한 기분을 지니고 있지 않으면 안 된다. 상대가 어떤 사람이든 비판은 일체 하지 않는다. 이러한 원칙을 지키지 않기 때문에 여자끼리의 여행은 우정의 묘지라고 하지 않는가.”

  제 말이 아닙니다. 이 글은 쓴 소노 아야꼬는 여자입니다.
그녀는 이런 말로 끝을 맺고 있습니다.
“죽는 순간 어느 정도 과분한 일생을 살았는가는 얼마만큼 깊이 사랑하고 사랑을 받았는가로 판단할 수 있다.”

  나이가 들면서 편안해 지는 사람이 있고 반대로 점점 까칠해지는 사람이 있습니다. 여러분은 어떤 사람이 되시렵니까.

이번 한 주도 웃으며 시작하세요.

2010.2.22. 조근호 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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