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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37번째 편지 - 이나모리 가즈오 회장을 추모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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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2.09.05 12: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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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교세라의 이나모리 가즈오 회장을 아시나요? 마쓰시타 고노스케(마쓰시타 전기그룹 창업자), 혼다 쇼이치로(혼다 자동차 창업자)와 함께 일본에서 가장 존경받는 3대 기업가 중 한 명입니다.

이나모리 가즈오 회장이 지난 8월 30일 90세의 일기로 별세하였습니다.

저는 임원들과 같이 지난봄부터 여름까지 이나모리 가즈오의 책 2권을 매주 한 챕터씩 읽고 공부한 적이 있습니다. <회사는 어떻게 강해지는가>와 <회계경영>이 바로 그 책들입니다.

제가 임원들과 같이 이 책들을 공부하게 된 것은 10년간 회사를 경영해 보니 경영이 결코 쉬운 일이 아니며, 새로운 10년을 시작하는 금년에 각오를 다지기 위해 무슨 책을 공부할까 하다가 예전에 읽은 이나모리 가즈오 책이 생각나 같이 공부해 보자고 한 것입니다.

“경영 철학이 없는 회사는 절대로 강자가 될 수 없다.” 그의 주장입니다. 사실 경영 철학이 없는 회사가 어디에 있겠습니까? 모든 회사의 홈페이지에 가면 나름대로의 경영 철학이 있습니다. 그런데 어떤 회사는 성장하고 어떤 회사는 그렇지 못할까요?

그는 “초보 사장입니다. 어떤 마음가짐으로 일해야 하는지 조언해 주십시오.”라는 어느 경영자의 질문에 공자님 말씀 같은 답을 합니다.

“임원일 때는 자기 위에 결정권자가 있기 때문에 ‘이렇게 하고 싶습니다’라는 의견만 제시해도 됩니다. 하지만 사장은 최종적으로 의사결정을 하는 사람이므로 그것을 대신해 줄 사람이 없습니다. 그렇다면 사장은 무엇을 기준으로 결정해야 할까요? 그것은 바로 마음속의 좌표 축입니다. 나는 창업할 당시부터 ‘인간으로서 올바른 것’과 ‘원리 원칙에 따른 경영’을 마음속의 좌표 축으로 삼았고 이러한 기준에 따라 모든 일을 판단했습니다."

임원들과 같이 이 부분을 읽은 첫날이 기억납니다. 임원들 모두 이런 원리원칙만으로 과연 험난한 경영 환경을 돌파해 나갈 수 있을지 걱정된다는 표정들이었습니다.

그리고 이나모리 가즈오가 교세라를 창업하던 1959년의 일본과 2022년의 한국은 너무나도 상황이 달라 이 책에서 이야기하는 것을 그대로 적용하기에는 무리가 많다고 의문을 표시했습니다. 그러나 저는 기왕에 시작한 공부이니 계속해보자고 설득하였습니다.

그렇게 몇 개월을 이나모리 가즈오의 책 두 권을 읽었습니다. 임원들 지적처럼 지금과 괴리된 의견도 더러 있지만 그 책을 관통하고 있는 이나모리 가즈오의 경영 철학만큼은 소중한 가르침이었습니다.

그의 별세를 계기 삼아 그의 글 일부를 소개하려고 합니다.

“사람의 인생은 오직 한 번뿐입니다. 두 번 다시 오지 않습니다. 이처럼 소중한 인생을 고작 20여 개 점포에 연간 매출액이 20억 엔으로 끝내기 너무 아쉽지 않을까요?

어차피 사는 인생이라면 더 많은 사람에게 기쁨과 행복을 주겠다는 마인드로 경영해보는 것은 어떨까요? 다른 사람에게 기쁨을 주기 위해 행동하겠다고 마음먹으면 사적인 욕망을 억제할 수 있습니다. 인격 수양도 바로 여기에서 시작됩니다.”

인생은 한 번뿐이라는 너무나도 당연한 이야기를 경영과 관련하여 읽으니 새롭게 느껴지는 것이 있습니다.

“경영자가 해야 할 일은 조직 구성원들에게 열정을 불어넣는 것입니다. 요컨대 ‘이렇게 되었으면 좋겠는데……’ 정도의 단순한 희망이 아니라 ‘무슨 일이 있어도 반드시 해내고 말겠어!’라는 강렬한 바람이어야 합니다.”

어느 경영자나 조직원들에게 열정을 불어넣고 싶은 마음이 왜 없겠습니까? 이나모리 가즈오는 그 동기부여의 책임이 언제나 경영자에게 있음을 다시 한번 강조하고 있습니다.

이나모리 가즈오는 이런 충격적인 이야기도 합니다.

“세전 이익이 매출액의 10%를 넘지 못하면 사업이 아니다.”

저는 이 말을 듣고 제 자신을 돌아보았습니다. 어떤 해는 10%를 훨씬 넘기도 하였지만 어떤 해는 그렇지 못한 때도 있었습니다. 10%라는 수치가 그저 상징적인 숫자가 아니라 반드시 달성해야 하는 수치임을 자세히 설명하고 있습니다.

“인건비가 매출액의 40%인 회사에서 매년 5%의 임금을 올린다면 그 비용은 매출액의 2%에 해당합니다. 즉, 10년의 세전 이익은 5년간 지급할 임금의 보증금인 셈입니다.”

이와 관련하여 이나모리 가즈오가 강조하는 것은 회계를 모르는 사람은 뛰어난 경영자가 될 수 없다는 것입니다. 그래서 그는 저희가 읽은 두 번째 책 <회계경영>을 집필하였습니다.

그는 직원에 관한 생각도 좀 남달랐습니다.

“실제로 교세라를 경영해 오는 동안 능력이 너무 뛰어나서 내 뒤를 이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던 직원들 중에 지금까지 남아있는 사람은 한사람도 없습니다. 예전부터 나는 사원을 판단할 때 유능하지 못 한 사람이라도 그 사람이 어떤 마음을 가지고 있는지를 먼저 생각했습니다. 그 사람의 인간성과 회사에 대한 애착심을 최우선 조건으로 판단해 왔습니다.”

그는 후계자를 선택하는 기준 첫 번째로 인간으로서의 됨됨이를 꼽으면서 이런 이야기를 합니다.

“중국 고서에 총명재변(聰明才辯)은 3번째 자질이라는 말이 있습니다. 머리 좋고, 재능이 있고, 말솜씨가 뛰어난 것은 리더의 3번째 자질이라는 말입니다. 리더의 첫 번째 자질은 심심후중(深沈厚重)입니다. 항상 깊게 생각하고 신중하며, 중후한 성격이 가장 훌륭한 인격이라는 말입니다.”

그는 경영에 있어 인간됨을 늘 첫손으로 꼽았습니다. 오늘날 기업인들이 국민들로부터 존경받는 이유도, 존경받지 못하는 이유도 모두 여기에 달려 있는 것이라 생각됩니다.

저희가 읽은 책 두 권에는 주옥같은 이야기들이 담겨 있습니다. 오늘 월요편지에서는 그 내용 일부만 소개해 드리는 것으로 만족하려 합니다. 끝으로 그는 훌륭한 경영자의 조건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훌륭한 경영자의 조건이 있다면 지금 자신이 맡고 있는 경영이란 일을 좋아하는 것입니다. 이를 위해서는 자신이 맡은 일에 몰두해야 합니다. 몰두하지 않으면 좋아할 수 없습니다. 어떤 일이든 자신이 하는 일에 전력을 다해 몰두해서 뭔가를 이루어 내면 성취감과 자신감이 생깁니다. 그것이 반복되다 보면 일을 좋아하게 됩니다. 그러면 아무리 힘든 일도 견뎌낼 수 있기 때문에 놀라운 성과를 올릴 수 있는 것입니다.”

저는 오늘 편지에서 <경영>을 <인생>으로 바꿔 읽어 보았습니다. 훌륭한 <경영>을 하는 일이나 훌륭한 <인생>을 사는 일이나 매한가지 아닐까요.

이번 한 주도 웃으며 시작하세요.

2022.9.5. 조근호 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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