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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24번째 편지 - VRE균과의 전쟁

  • 조회 708
  • 2022.05.30 09: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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혹시 VRE균이라고 들어 보셨나요. 저희 집은 지난주 이 균 때문에 한바탕 전쟁을 치렀습니다. 어머님은 오랫동안 A 병원에 입원해 계셨습니다. 그 과정에서 코로나균과 이 VRE균에 감염되셨습니다.

저는 이 VRE균도 코로나균 처럼 일정 시간이 지나면 쉽게 치료가 되는 줄 알았습니다. 그런데 사정은 그리 만만하지 않았습니다.

VRE균은 전문적인 의학 용어로는 “반코마이신 내성 장알균”이라고 하는데 쉽게 설명하면 항생제를 많이 쓰면 생기는 균이라고 합니다. 이 균은 건강한 일반인에게는 잘 생기는 경우가 없고 몸이 아픈 환자들에게만 발병하는 질병이라고 합니다.

어머님은 이 균이 치료되지 않은 상태에서 너무 장기간 입원하고 계셔서 병원 측으로부터 퇴원 요구를 받았습니다. 저희는 일단 퇴원하여 며칠 집에 계시다가 다시 입원하시면 된다고 간단히 생각했습니다.

집에 일주일쯤 계시다가 다시 입원을 하러 병원을 찾았습니다. 응급실을 통해서 입원하는 것이 수준이었기 때문에 당연히 응급실에서 몇 시간 기다리면 입원이 될 줄 알았습니다.

그런데 VRE균 환자는 VRE균 환자를 위한 특별 병실이 비어야만 입원할 수 있다는 것이었습니다. 문제는 그 병실이 거의 나지 않는 것이었다. 하루가 지나고 이틀이 지나고 계속 시간은 흘러갔습니다.

그 사이 간병인과 제 동생이 번갈아 가며 응급실을 지켰습니다. 동생은 밤새도록 엎드려 쪽잠을 자고 지친 몸으로 출근하였습니다. 동생이 버텨낼 것 같지 않았습니다. 6일이 지나고도 병실이 나지 않아 저희는 퇴원을 하였습니다. 다행히 그사이 어머님 상태는 조금 호전이 되었습니다.

집에서 간병할 때의 문제는 수액주사였습니다. 수액주사를 놓아드릴 수가 없어 탈수증세가 반복되고 다른 문제를 야기하였습니다. 집 근처 병원에서 수액주사 출장 간호 서비스를 해주면 집에서 간병을 하더라도 버틸 수 있을 것 같았습니다. 집 근처 병원을 수소문한 끝에 그 서비스를 해줄 병원을 찾았습니다.

이제 장기전으로 돌입할 준비가 갖추어진 것입니다. 퇴원 후 2일째 되는 날 동생이 어머님을 모시고 A 병원 외래를 찾았습니다. 그런데 병원에서 뜻밖의 이야기를 하였습니다. 혈압이 60까지 떨어져 이 상태로는 쇼크사하실 수 있으니 빨리 입원해야 된다는 것이었습니다.

그런데 상황은 지난번과 똑같았습니다. 병실은 없었고 응급실에서 하염없이 기다려야 했습니다. 이때 병원 측에서 급한 상황이니 다른 병원을 찾아보라고 권유했습니다.

저희는 VRE 환자를 위한 병실이 각 병원마다 마련된 줄 알았습니다. 그러나 대학병원 어디에도 이런 환자를 위한 병실이 별도로 마련되어 있지 않았고 A 병원처럼 응급실에서 하염없이 기다려야 했습니다.

준종합병원도 뒤졌지만 어느 곳도 병실은 없었습니다. 저희는 그제서야 긴급 상황이 생겼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A 병원에서 수소문하여 시 운영의 B 병원을 찾아 주었고 간신히 입원하게 되었습니다.

문제는 그 병원은 저희 집에서 한 시간도 넘게 걸리는 먼 곳에 있었습니다. 그러나 거리를 생각할 때가 아니었습니다. 우선 어머님을 살리고 보아야 했습니다.

다행히 병원에 입원하신 어머님은 쇼크사 위험에서 벗어나 정상으로 돌아오셨고 말씀도 간간이 하실 수 있는 상황이 됐습니다. 저희는 언제까지 그 병원에 있을 수는 없다고 생각합니다.

2, 3주 후면 퇴원해야 할 것입니다. 다행히 B 병원에서 VRE균을 치료하게 된다면 모든 과정이 수월할 것입니다. 입원도 쉬워져 병원과 집을 오가며 치료하면 될 것입니다.

만약 VRE균을 치료하지 못한다면 문제는 복잡해집니다. 그때는 간신히 마련해 놓은 수액주사 출장 간호 서비스에 의존하는 수밖에 없습니다. 탈수증세를 해결하지 못하면 혈압에 문제가 생겨 쇼크사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요양병원도 하나의 대안이 될 수 있지만 VRE균 환자를 받아주는 요양병원은 서울시 어디에도 없었습니다. 알아본 바에 의하면 인천시 쪽으로 가야 했습니다. 저희 회사 김선정 과장이 어머님 치료 때 이 VRE균을 경험하였는데 정말 힘들다며 그 경험을 알려 주었습니다.

저희는 선택지가 거의 없게 되었습니다. 결국 병원에서 조금 상태를 호전시켜 퇴원한 다음 집에서 며칠 지내시다가 다시 병원으로 입원하는 일이 반복될 수밖에 없을 것 같습니다.

이런 상황은 평생 처음 겪는 일입니다. 다른 집에서 부모님들이 아프다가 돌아가시면 그저 병원에서 얼마간 고생을 하시다가 돌아가셨나 보다 하고 막연하게 생각하였습니다.

그러나 그 과정에 이렇게 복잡다단한 일들이 많이 발생한다는 사실을 이번에 처음 알게 되었습니다. VRE균에 대한 치료 체계가 미흡하다는 것도 이번에 알게 된 사실입니다.

무엇보다도 한 사람이 평생을 살다가 저세상으로 떠나는 과정이 이렇게 복잡하고 힘든 줄 몰랐습니다. 그 과정에서 가족들은 지치기 마련이었고 늘 처음 겪는 일로 우왕좌왕할 수밖에 없습니다.

앞으로 우리 앞에 또 어떤 일이 벌어질까요. 그 일이 벌어지면 또 우왕좌왕하며 대응해 나갈 것이고 이렇게 몇 번을 더 대응하면 어머님과 이별할 날이 올 것입니다.

앙상하게 뼈밖에 남지 않은 어머님이지만 집에서 모실 때가 너무 행복합니다. 잘 알아듣지도 못하시고 흔들어야 겨우 눈을 뜨시지만 어머님을 뵐 수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너무 행복합니다.

저희가 요양병원을 선택하지 않은 이유는 코로나 상황이라 어머님이 일단 요양병원에 들어가시면 그 후로는 전혀 뵐 수 없었기 때문입니다. 저희 형제는 일단은 병원과 집을 오가는 방법을 택하기로 하였습니다.

힘들고 지치는 것은 동생입니다. 그저 저는 옆에서 응원하고 문제가 생겼을 때 같이 걱정하고 해결하는 정도입니다.

그래도 훗날 이 시절을 생각하면 어머님 살아 계신 그때가 너무 행복했었다고 회상할 것입니다. 지금 이 순간 어머님께 최선을 다해 어머님을 간호하는 것이 저희의 임무이고 행복입니다.

여러분은 이런 시간을 보내신 적이 있으신가요?

아니면 앞으로 겪게 되실까요?

어느 경우나 그 순간이 행복한 순간입니다.

이번 한 주도 웃으며 시작하세요.

2022.5.30. 조근호 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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