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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17번째 편지 - 공직자란?

  • 조회 842
  • 2022.04.11 09: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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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신문을 펼치면 온통 장관에 대한 하마평들입니다. 지난 주말 장관후보 8명이 발표되었습니다.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 취임 때까지 이런 일이 계속해서 일어날 것입니다. 그 후에는 연속적으로 관가에 인사 태풍이 몰아치게 될 것입니다. 대통령이 바뀌면 으레 일어나는 일이지요.

공직자란 무엇일까요? 국가 기관이나 공공 단체의 일을 맡아보는 직책이나 직무에 종사하는 사람을 뜻합니다. 저는 30년을 공직자로 살았습니다. 그러니 이런 계절이 오면 여전히 마음이 들뜹니다.

저는 공직자란 국가가 국가경영을 위해 낮은 비용으로 우수한 인재를 채용하는 시스템이라고 생각합니다. 국가 소유의 토지가 넘쳐나던 시절에는 국가를 위해 헌신하는 우수한 인재들에게 토지를 주었습니다.

또 더러는 공직자를 추천이나 매관매직을 통해 충원하던 시절도 있었습니다. 그러나 근대국가로 오면서 능력주의 원칙에 따라 공직자를 채용하는 시스템을 대부분의 국가가 채택하기 시작하였습니다.

공직자 선발을 위한 시험 제도가 바로 그것입니다. 그러나 국가의 재정 형편상 민간 부문만큼 많은 보수를 줄 수 없었습니다. 적은 보수로 우수한 인력을 확보하는 방안이 필요했습니다.

그래서 대안으로 제시된 것이 <명예>입니다. 공직자에게 <국민 전체에 대한 봉사자>라는 가치를 심어주어 부족한 보수를 정신적 보수로 충족 시켜 주었습니다. 이 지점에서 늘 문제가 발생합니다.

제가 30년을 공직자로 재직하고 고검장으로 퇴임하기 직전 연봉이 1억 원이 안 되었습니다. 지금 장관의 봉급은 1억 4천만 원 정도 합니다. 상장기업 CEO의 연봉은 수억 원에서 수십억 원 대입니다.

한 부처의 장관은 한 기업의 CEO보다 훨씬 중요한 일을 합니다. 그러나 연봉은 수십 분의 일에 불과합니다. 공직자가 되려는 사람은 이를 인식하여야 합니다. 공직자란 자신이 받는 봉급의 수십 배를 일해야 하는 자리라는 사실을 확실히 인식하여야 합니다.

바꾸어 말하면 공직이란 그냥 민간기업에 자리를 얻는 것과 같은 취업이 아니라는 말입니다. 그러나 확실한 공직관이 없이 취업의 일환으로 공직을 맡았다가 아무런 성과도 내지 못하고 끝나는 공직자가 많습니다.

저는 공직자가 되는 분들에게 감히 전하고 싶은 이야기가 있습니다.

첫째, 공직은 권력이 아니라는 사실을 깨달아 주시기 바랍니다. 공직자로 평생 살던 사람은 자신의 직책을 권력으로 생각하는 경향이 덜합니다. 그저 일하는 자리라고 생각하는 경향이 많습니다.

그러나 외부에서 공직을 맡게 되는 분들은 자신이 민간 분야에 있을 때 공직자가 가진 커다란 힘을 잘 알기에 공직을 권력을 휘두르는 자리로 인식하는 경우가 종종 있습니다. 그런 분들은 언사가 거칩니다.

공직자는 국민 전체에 대한 봉사자입니다. 봉사자는 늘 겸손하여야 합니다. 언사는 신중하고 따뜻해야 합니다. 그것은 국민이나 부하직원, 모두에게 다 해당되는 말입니다. 군림하여서는 안 됩니다.

둘째, 공직자가 되는 분들은 그 자리를 마지막 공직으로 생각하고 일해 주셨으면 합니다. 취임 초기에는 그런 자세로 일을 합니다. 그러나 일이 익숙해지면 다음 자리를 생각하게 됩니다. 그러면 공직자는 모든 공직을 다음 공직을 위한 디딤돌로 생각하게 되어 일보다 출세에 더 신경 씁니다.

자신이 원한 보직이거나 아니거나 상관없이 모든 공직은 그 자체로 의미가 있고 국민에게 꼭 필요한 자리입니다. 그러니 그 자리를 빛나게 만드는 일에 신경 써 주시기 바랍니다. 꽃보직만 원하지 마시기 바랍니다.

셋째, 공직자가 자리를 맡게 되면 반드시 전임자들이 누구였고 어떤 일을 하였는지 살펴보시기 바랍니다. 특히 기관장들은 어느 기관이나 전임자에 대한 자료를 가지고 있으니 꼭 찾아보시기 바랍니다.

"외국의 기관이나 학교에 가보면 회의실에 몇몇 초상화가 걸려 있는 것을 흔히 볼 수 있습니다. 궁금해서 물어보았더니 그 기관이나 학교에 훌륭한 업적을 남긴 분들이라는 것입니다.

우리 검찰청 회의실에 역대 검사장의 증명사진이 일률적으로 걸려 있는 것과는 사뭇 달랐습니다. 그들은 그들의 자랑스러운 역사를 후배들에게 가르치고 있는 것이었습니다."(2010년 12월 13일 월요편지 중에서)

우리나라도 그 기관을 빛낸 기관장들을 기리는 작업이 이루어질 필요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러면 후임자들도 그들의 초상화 앞에서 옷깃을 여미며 그런 기관장으로 기억되려 할 테니까요.

넷째, 전임자의 정책을 잘 살펴 가급적 이어나가려 노력하시기 바랍니다. 국가의 정책이 1, 2년 만에 완성되는 경우란 별로 없습니다. 대부분 몇 년이 걸립니다. 장관의 경우에도 몇 장관을 거쳐야 정책이 완성됩니다.

특히 정권이 당을 달리해서 바뀌면 당이 지향하는 가치에 따라 정책이 180도 달라집니다. 그런 경우에도 가급적 전임자가 한 정책 중에 보전할 가치가 있는 정책은 이어나가야 합니다. 구원투수 역할을 해야 합니다.

그래야 자신이 새로이 수립한 정책도 자신의 후임 장관들이 마무리해 줄 테니까요. 역사는 이렇게 축적하며 발전해 나가는 것입니다. 그러나 전임자를 무시하고 새로운 정책만 수립하면 자신의 임기 중에 완성할 정책만 수립하게 되어 미래가 없는 조직이 되고 말 것입니다.

다섯째, 장관은 재임 중에 꼭 10년 앞을 내다보는 정책 한 가지는 씨를 뿌렸으면 합니다. 장관의 역할은 조직의 미래를 꿈꾸는 일과 조직의 현안을 처리하는 일로 나누어집니다.

취임 초기에는 어느 장관이나 미래를 꿈꿉니다. 그러나 현안이 밀어닥치고 어느 현안은 장관직을 걸어야 할 정도 위급하면 미래를 꿈꾸는 일은 한가한 일처럼 여겨져 눈앞의 일만 처리하다 퇴임합니다.

대통령도 그런 경향이 있습니다. 자신이 소속된 정당이 10년 이상 집권할 것으로 여겨지면 10년짜리 장기 프로젝트를 착수할 텐데 김대중 대통령 때부터 모든 정권이 당대에 일을 마무리하는 경향이 늘어났습니다.

주제넘게 헛소리를 늘어놓았습니다. 그러나 이런 헛소리를 하지 않을 수 없는 이유는 싫으나 좋으나 대한민국의 미래가 이분들 손에 달려 있기 때문입니다. 또 저도 공직자의 봉사를 받는 국민의 한 사람이니까요.

예전에 지방에서 만난 어느 부장판사는 재판이 있는 날은 목욕을 하고 반드시 한 시간 정도 기도를 드렸다고 합니다. 재판은 한 사람의 운명을 바꾸는 중요한 일입니다. 그 일을 하기에 앞서 자세를 바로 한 것입니다.

대한민국의 공직자들은 매일매일을 이런 자세로 살아야 할 것입니다. 최근 십 년을 보면 이런 자세와 달리 산 공직자가 많았던 것 같습니다. 그 결과 국민들은 그 정당이 계속 집권하는 것을 거부하였습니다.

공직자는 월급의 수십 배를 일해야 한다는 사실을 기억하시기 바랍니다.

이번 한 주도 웃으며 시작하세요.

2022.4.11. 조근호 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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