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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65번째 편지 - [1 대 1 만남]

  • 조회 1633
  • 2021.04.12 10: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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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가 일상이 된 지 1년이 넘었습니다. 처음에는 어떻게 적응해야 할지 몰라 우왕좌왕하였지만 이제는 바뀐 삶의 패턴대로 살아가고 있습니다. 그중 하나가 5인 이상 식사 금지입니다.

무슨 모임을 해도 4명이 모여서 합니다. 전에는 10명, 아니 그 이상 모여 행사를 했지만 이젠 그런 광경이 사라진 지 오래입니다. 저로서는 불편하기 짝이 없었습니다. 약속 상당수가 그런 모임이었기 때문입니다.

인간관계 방식에 변화가 생기지 않을 수 없는 상황입니다. 골프도 예전 같으면 2팀, 3팀 모여 같이 운동을 하고 끝나면 한바탕 왁자지껄하였는데 이제는 그런 모습이 법에 저촉되는 행위입니다.

그러면 어떻게 인간관계 방식을 정하는 것이 좋을까요. 국가에서 정해 준 대로 4명이 모이면 되는 것일까요. 4명의 모임이란 8명의 모임과 어떤 차이가 있고, 인간관계에 어떤 영향을 미칠까요.

문득 작년에 썼던 월요편지가 생각났습니다. 코로나19가 막 기승을 부리기 시작할 무렵인 2020년 3월 30일에 쓴 <'사회적 거리 두기'가 깨닫게 한 인간관계>라는 제목의 월요편지입니다.

"만남은 저의 영혼과 그의 영혼이 마주치는 것입니다. 달리 이야기하면 한 사람의 인생과 한 사람의 인생이 만나는 것이죠. 그러나 우리네 모임은 영혼이나 인생은커녕 그의 편린과도 제대로 만나지 못하고 맙니다."

잭 캔필드, 마크 빅터 한센이 쓴 ‘우리는 다시 만나기 위해 태어났다.’라는 책에 이런 대목이 있습니다.

"내가 지나온 모든 길은 곧 당신에게로 향한 길이었다. 내가 거쳐 온 수많은 여행은 당신을 찾기 위한 여행이었다. 내가 길을 잃고 헤맬 때조차도 나는 당신을 향해 걸어가고 있었다. 그리고 마침내 내가 당신을 발견했을 때, 나는 알게 되었다. 당신 역시 나를 향해 걸어오고 있었다는 사실을"

이 이야기는 사랑하는 사람과의 만남에 국한되지 않습니다. 이 세상의 모든 사람이 어떤 사람, 그 누군가를 만나는 이야기입니다. 그 누군가는 친구일 수도, 스승일 수도, 사업 동업자일 수도, 혁명 동지일 수도, 학문적 동지일 수 있습니다. 그런 아름다운 만남의 사례는 수없이 많습니다.

우리나라의 대표적 목회자이신 김장환 목사님은 늘 "사람과 사람이 만나면 역사가 이루어진다"라고 말씀하십니다. 위 이야기는 역사가 이루어질 수 있는 그 만남을 이야기하고 있는 것입니다. 역사를 이룬 만남도 처음에는 우리가 늘 하는 일상의 만남처럼 시작되었을 것입니다.

그런데 4명이서 8명이서 아니 그 이상 많은 인원이 만나면 이런 만남을 경험하게 될까요. 순간 경험하더라도 이어지지 못할 것입니다. 저는 3월 30일 자 월요편지에서 이 점을 지적하였습니다.

"[사회적 거리 두기]는 이런 '양' 중심의 인간관계에 대해 다시 고민해 보는 시간을 갖게 하고 있습니다. 그동안 그렇게 많이 만나던 사람들 중에 지금 이 순간 간절히 만나고 싶은 사람이 누구인지 떠올려 보라고 강요하고 있는 것입니다. 여러분은 과연 누가 떠오르시나요?"

저는 그 당시 만남의 <양>과 더불어 만남의 <질>에 대해서도 고민하였습니다. 월요편지는 이렇게 이어집니다.

"이 [사회적 거리 두기] 기간 동안 만남을 어떻게 하는 것이 좋은지 고민하고 있습니다. 해답은 <1 대 1 만남>을 늘리는 것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1 대 1 만남>은 업무 관계면 몰라도 친구 사이에는 많이 하지 않았습니다. 저만 그런지 몰라도 <1 대 1 만남>은 생소하고 부담스럽기까지 합니다."

저는 해답을 내리고 있었습니다. 만남의 질을 높이기 위해서는 <1 대 1 만남>을 늘려야 한다는 사실을 1년 전에 이미 깨달았던 것입니다.

그러나 머리로 깨달은 것이 가슴으로, 그 가슴에 있는 것이 발로 내려오는 데는 많은 시간이 필요하다는 말처럼 오랜 시간 이런 월요편지를 썼는지조차 잊고 지냈습니다.

3월 초 문득 이 월요편지를 기억해 내고 <1 대 1 만남>을 하여야겠다는 결심을 하였습니다. 그 후로 약 한 달, 그동안 12번의 <1 대 1 만남>을 하였습니다. 작심하고 제가 제안을 하여 <1 대 1 만남>을 만들었습니다.

그 중에는 처음으로 1 대 1로 만난 사이도 많았습니다. 만나기 전에는 어떤 화제로 대화를 하여야 하나 걱정도 하고 중간에 화제가 고갈되어 재미없거나 서먹서먹해지면 어떻게 하나 하는 걱정도 하였습니다.

그러나 그 모든 것은 기우에 불과하였습니다. 10년 만에 만난 후배도 마치 지난주에 만나고 다시 만난 것처럼 다양한 이야깃거리로 시간 가는 줄 몰랐습니다. 모두 재미있다며 또 만나자고 약속 날짜를 잡았습니다.

좋은 관계란 서로 농익는 관계이어야 합니다. 농익기 위해서는 그와 저의 영혼이 만나고, 그와 저의 가슴이 만나고, 그와 저의 삶이 만나야 합니다. 어떻게 해야 할까요. <1 대 1 만남>이외에는 달리 방법이 없습니다.

여러 번 모임에서 만났지만 그의 삶은커녕 뭐 하는 분인지도 모르고 만나는 경우가 허다합니다. 다른 분이 물어봅니다. "저분 뭐 하세요." "저도 모르는데요." 그런데 그는 제가 뭐 하는 사람인지 알까요.

저는 오늘도 <1 대 1 만남>을 하러 갑니다.

여러분의 만남은 어떤 형태이신가요.

이번 한 주도 웃으며 시작하세요.

2021.4.12. 조근호 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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