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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99번째 편지 - 팬텀싱어2 포레스텔라에 [몰입]하다

  • 조회 1720
  • 2018.01.15 11: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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혹시 오늘의 월요편지 숫자를 보셨나요. 499번째입니다. 다음 주 1월 22일 월요편지가 500번째 월요편지입니다. 500번째 월요편지를 어떤 내용으로 쓸까 고민해 봅니다.

지난해 연말부터 어제까지 콘서트 2회, 연주회 2회, 전시회 1회를 다녀왔습니다. 제가 자발적으로 표를 구입한 경우도 있고 초대를 받은 경우도 있습니다. 아마도 연말연시라 그런 것 같습니다. 요즘은 제법 교양있는 사람처럼 살고 있습니다. 그런데 우리는 왜 이런 공연이나 전시회를 다니는 것일까요. 교양을 쌓기 위해서. 맞는 말일 것입니다.

그러나 저는 5번을 다니면서 우리가 이런 곳을 다니는 이유는 자신이 좋아하는 그 무엇에 빠져들기 위해서가 아닌가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자신이 좋아하는 가수의 공연, 자신이 좋아하는 연주자의 공연, 자신이 좋아하는 화가나 조각가의 전시회. 이 모든 것에 붙는 말은 [자신이 좋아하는]이라는 말입니다. 좋아하지 않는데 하는 수 없이 공부하기 위해 가는 경우도 있겠지만 적어도 저의 경우는 그렇지는 않습니다.

좋아하는 것을 보거나 들으면 우리 뇌에는 어떤 효과가 있을까요? 이것이 오늘의 주제입니다.

지난해 12월 31일 가수 바다의 [바다 20주년 단독 콘서트 "스무걸음"] 공연을 보러 갔었습니다. 개인적으로 저희 가족과 친해 매년 12월 31일은 바다의 공연으로 한 해를 마무리해 오고 있습니다. 그날도 역시 저희의 기대를 저버리지 않았습니다. 공간을 뻥 뚫어버리는 그녀의 가창력은 우리 모두를 공연에 빠져들게 하였습니다. 그리고 그녀의 트레이드마크 "준비됐나요"를 외치면 그 자리에 있는 모두는 하나가 됩니다. 그녀의 노래와 춤에서 뿜어 나오는 에너지가 우리를 하나로 묶어 버립니다. 나이에 상관없이 우리는 모두 형제자매입니다.

그날 공연에 초대가수로 팬텀싱어2에서 우승을 하였다는 포레스텔라 남자 4인조 그룹의 공연이 있었습니다. 저희 집에는 2008년부터 TV가 없어 솔직히 팬텀싱어2도 몰랐고 더군다나 포레스텔라는 더 몰랐습니다. 그들이 부른 노래는 [Sweet Dream]이었습니다. 별 기대를 하지 않고 아내와 잡담을 하다 "Sweet dreams are made of this"하고 울려 퍼지는 목소리에 누가 먼저라고 할 것도 없이 서로 쳐다보았습니다. 그리고 감탄의 탄식이 저절로 흘러나왔습니다. 어쩌면 사람의 목소리가 이리도 아름다울 수 있을까?

그다음 이어지는 4인조의 노래는 우리 마음을 송두리째 흔들어 놓았습니다. 사실 저는 그 노래 자체를 잘 몰랐는데도 단숨에 빠져들었습니다. 그들의 화음과 무대 매너는 감탄 그 자체였습니다. 노래가 끝나고 한참을 그들의 매력에서 헤어 나오지 못하였습니다. 특히 베이스를 담당한 젊은 친구의 저음 매력은 위험할 정도였습니다.

집에 오자마자 인터넷으로 찾아보았습니다. 그들은 저희만 모르는 이미 슈퍼스타들이었습니다. 바다의 콘서트에 초대손님으로 온 것은 바다가 펜텀싱어 2의 심사위원을 한 인연 때문인 것도 구글링을 통해 알게 된 사실이었습니다. 월요편지 독자 대부분은 잘 아는 사실을 저는 신기하게 찾고 있었던 것입니다. 베이스를 담당한 젊은 친구는 [고우림]이었습니다. 1995년생 서울대 성악과 재학생이었습니다. 너무도 잘생기고 나이에 비해 의젓한 이 친구에 저희 가족 모두 광팬이 되었습니다. 빠져든 것입니다.

그날 밤 가족 모두 포레스텔라가 부른 노래와 고우림이 부른 노래를 몇 번이나 들었는지 모릅니다. 특히 고우림이 부른 [명태]는 저를 1978년으로 데려다주었습니다. 명태를 잘 부르던 써클 친구 신학생 최장일이 생각 났습니다. 바리톤 오현명 선생님처럼 나이가 들어야 제맛을 내는 명태를 20대 초반의 고우림이 멋지게 소화낸 것입니다.

구글링하다가 우리는 팬텀싱어2의 전국 투어 콘서트가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습니다. 가족 모두 한목소리로 공연을 가보자고 하였습니다. 1월 14일 일요일 서울 공연을 가기로 하고 표를 사려 하였습니다. 그런데 웬일인가요. 전석 매진이었습니다. 잠실실내체육관에서 하는 공연이 1층, 2층, 3층 모든 것이 매진된 것입니다. 하는 수없이 웃돈을 주고 인터넷을 통해 살 수밖에 없었습니다. 그것도 2장, 2장씩 떨어진 것을. 그러면 어떤가요. [우리가 좋아하는] 공연을 보기만 하면 되지요.

저희 가족 모두는 점점 걸그룹을 좋아하는 10대 소녀들을 닮아 가고 있었습니다. 드디어 공연 날이 다가왔습니다. 1월 14일 6시. 바로 어제입니다. 잠실실내체육관의 열기는 대단하였습니다. 가끔 이곳을 찾았지만 3층까지 꽉 메운 광경은 처음 보았습니다. 공연은 팬텀싱어2 최종결과 1,2,3위팀이 함께 한 합동 콘서트였습니다. 저는 어제 처음 다른 팀을 알게 되었습니다. 1위 포레스텔라, 2위 미라클라스, 3위 에델라인클랑 등 3개 팀 각 팀당 4명씩 모두 12명의 가수가 꾸미는 멋진 무대가 펼쳐졌습니다.

그러나 모르는 곡이 많아 다른 팬들처럼 즐기지 못한 것이 아쉬웠습니다. 이럴 줄 알았으면 미리 듣고 올 걸 하는 아쉬움이 있었습니다. [아는 만큼 보인다]는 격언은 들을 때도 마찬가지였습니다. 아마도 저는 Sweet Dream 한 곡을 들으러 간 것인지도 몰랐습니다. 그들이 그 곡을 부를 때 모두 일어서 귀가 아닌 몸으로 그 곡을 즐겼습니다. 그 순간만큼은 어떤 다른 생각도 들지 않았습니다. 저를 매료시킨 또 한 곡은 포레스텔라의 [모나리자]였습니다. 조용필의 모나리자를 멋지게 편곡하여 4중창으로 화음을 최대한 살려 관객들의 혼을 빼앗아 버렸습니다.

3시간 반이 어떻게 흘러갔는지 모릅니다. 아이돌 그룹의 무대와는 다른 멋이 있었습니다. 춤이 빠진 대신 남자다운 멋스럼이 들어있었습니다. 정장을 차려입은 잘생긴 젊은이들을 보면서 영화 킹스맨의 유명한 대사 [Manner makes Man(매너가 사람을 만든다)]가 생각났습니다.

포레스텔라가 저희 가족에게 준 것은 무엇일까요? 오늘의 주제입니다. 바로 [몰입]입니다. 몰입은 칙센트 미하이가 만든 개념입니다. "무언가에 흠뻑 빠져 있는 심리적 상태"입니다. 몰입은 "주위의 모든 잡념을 차단하고 자신이 원하는 어느 한 곳에 모든 정신을 집중하는 것"입니다. 1988년 서울 올림픽과 2002년 서울 월드컵을 생각해 보십시오. 당시 전 국민은 모두 몰입상태에 빠져있었습니다. 그 당시 응원 사진을 보면 모두의 표정이 똑같습니다. 모든 사람이 어느 한 곳에 모든 정신을 집중하고 있습니다.

몰입이 왜 중요할까요? 어떤 행위에 몰입한다는 것은 그 행위에 집중하면서 즐거움을 경험하고 행복을 느낀다는 것입니다. 즉, [몰입]을 하면 [행복]해집니다. 저는 왜 10대 소녀들이 자신이 좋아하는 아이돌 가수의 연습실이나 집 앞에서 밤을 새워 가며 그들을 기다리는지 도무지 이해가 되지 않았습니다. 제가 볼 때는 중독이었지만 그들은 몰입하며 행복을 느끼고 있었던 것입니다.

2018년 행복하고 싶으신가요? 무엇인가에 몰입하십시오. 물론 몰입이 지나치면 중독이 될 위험이 있습니다. 그러나 너무 덤덤하게 2018년을 지내기보다는 무엇인가에 몰입하면 새로운 행복감이 여러분을 찾아올 것입니다. 그래서 저는 지난해 말부터 발레에 몰입하고 있습니다.

이번 한 주도 웃으며 시작하세요.

2018.1.15. 조근호 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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